국군장병께 충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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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호 29면

최근 논산훈련소의 훈련병을 위한 법회에 초청받았다. 초코파이와 바나나, 음료수를 준비해 아침 일찍 훈련소 법당에 도착했다. 3500명의 장병 앞에서 이야기하려니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막상 마주하고 보니 20대 초반의 앳된 청년들이었다. 오히려 미소가 나오고, 더 안쓰러웠다.

“여러분! 군대생활이 힘들고 어렵죠? 출가한 스님들의 절 생활도 만만치 않답니다.”

나는 출가 초기 운문사에서 불경 공부하던 시절, 엄하던 절집안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젊은 비구니의 좌충우돌 이야기에, 훈련병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관심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10분도 되지 않아 곳곳에서 조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달픈 훈련과 긴장된 나날을 보내다가 모처럼 일요일 종교집회에 와서 몸과 마음을 쉬려는가 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평소 카메라 앞에서 대중들을 울리고 웃기는 사람 아닌가? 비장의 카드를 빼 들었다. “제가 여기 오는 길에 군가를 하나 배웠는데요. 우리 군가 한번 할까요? 여러분! ‘진짜 사나이’ 아시죠?”

훈련병들은 만면에 웃음 띠고 ‘설마’하며 웅성거리더니, 이내 큰 소리로 화답했다.

“예!” “자, 그럼 군가 한번 합니다. ‘진짜 사나이’, 하나, 둘, 셋, 넷!”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훈련병들의 우렁찬 합창 소리에 우리는 한마음이 됐다. 나중에 들으니 훈련소 법회에서 경례하고, 군가 부른 스님은 내가 처음이란다. 다음엔 ‘멋진 사나이’로 불러 달라나. 뒤늦게 민망하다.

그날 법회를 마치고 상경하는 고속도로의 차창 가엔 호서의 너른 들이 펼쳐져 있었다. 깨끗하게 단장한 마을들과 신록으로 눈부신 야산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아름다운 우리강산을 새삼 실감케 하는 풍경이었다. 육군훈련소를 다녀오던 길이어서 그럴까? 이 강산과 우리겨레를 안전하게 지키는 일이야말로 ‘나라의 제1과제’임이 마땅하다 싶었다.

국민의 4대 의무 중 첫째가 ‘국방의 의무’다. 헌법전문은 “우리들과 우리들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로 마무리된다. ‘안전’을 ‘자유와 행복’에 앞서 강조한 것이다.

이 땅의 젊은 남성은 스물이 되면 의무적으로 21개월 이상 군에 복무한다. 외침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럼 보상은? 물론 보상은 딱히 없다. 오로지 국민과 국가를 지키는 의무만 있을 뿐이다. 청년들의 희생과 헌신에 기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날 훈련병들은 ‘진짜 사나이’의 마지막 구절 “산봉우리에 해가 뜨고 해가 질 적에, 부모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에서 목이 메었으리라 나는 믿는다. 나도 그랬으니까. 나라를 지키고, 부모형제를 지키기 위해 지금도 비지땀을 흘리며 훈련하는 국군장병들께 경의를 표한다.

“충성!”

원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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