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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 고령화 대비 … 성장·고용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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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런데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교육난과 취업난이 첫 번째 가난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결국 결혼을 연기하거나 포기하게 해 저출산을 부채질한다. 자녀들의 교육비가 늘어나고 불경기.인플레 속에 집값이 올라 내집 마련의 꿈을 앗아가는 등 두 번째 가난도 더욱 심해졌다. 정년퇴직이 앞당겨져 세 번째 가난은 일찍 찾아오는데 평균수명은 연장돼 가난의 황혼기가 길어지면서 노후의 삶을 더욱 고달프게 하고 있다.

선진국도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완전고용과 발달한 노인복지제도 덕분에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20대의 가난이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고용이 확대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우리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빨리도 선진국이 경험하지 못한 저출산.노령화 사회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경제 동력과 사회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따라서 일시적이고 지엽적인 대책보다는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성장과 고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시스템을 만드는 데 정책목표와 목적을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삼도빈곤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20대에 삶의 보금자리를 스스로 만들 수 있고, 늘어가는 노인들이 황혼기를 즐겁게 살아가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종훈 시민사회포럼 회장·중앙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