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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고약해지는 대장암 치료 … 까다로운 결장암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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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 성동구에 사는 70대 할머니는 2주 전 오른쪽 배에 심한 통증을 호소해 응급실로 실려 갔다. 처음에는 체한 줄 알았지만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 보니 암이 의심됐다. 대장 내시경 검사가 이어졌다. 상행결장(맹장과 연결된 우측 결장)에 암세포가 보였다. 암이 주변 림프절·근육으로 퍼져 있었다. 대장암 중에서도 결장암 3기였다. 급히 절제수술을 받았고 곧 항암제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2011~2015년 수술 환자 분석 #육류 섭취 늘어 서구형으로 변화 #5년 생존율 높은 직장암은 감소 #고령화 영향 70~80대 환자 급증 #“채소 많이 먹고 내시경 자주 해야”

대장암의 발생 패턴이 바뀌고 있다. 대장 중 결장에 암이 생기는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는 반면 직장암은 줄고 있다. 또 고령화 여파로 70대에서 대장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1년 대장암 수술 환자 중 결장암 비율이 69.1%에서 매년 증가해 2015년에는 74.2%까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직장암은 30.9%에서 25.8%로 떨어졌다. 대장은 소장과 연결된 1.5m 길이의 결장과 항문 쪽 끄트머리 15㎝가량의 직장으로 나뉜다. 수술 환자뿐만 아니라 전체 환자 현황도 비슷하다. 신애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중앙암등록통계를 활용해 1999~2009년 대장암을 분석했더니 남성 결장암은 매년 7.9~10.8% 늘어난 반면 직장암은 5.2% 증가에 그쳤다. 여성 결장암은 6.6~8.4%, 직장암은 2.4% 늘어났다. 결장암 증가가 월등히 높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통상 아시아인은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장암이, 서양인은 결장암이 많다. 그런데 결장암이 증가한다는 건 대장암의 패턴이 서구형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신애선 교수는 “육류·음주가 직장보다는 결장에 더 영향을 주는데 한국인의 육류 섭취량 증가와 과도한 음주가 결장암 발생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흡연은 직장에 더 영향을 준다. 남성 흡연율이 감소하는 게 직장암 비율 감소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대장 내시경 기기의 길이가 종전에는 짧아 결장 깊숙이 들어가지 못했으나 이 기기가 충분히 길어져 결장 전체를 볼 수 있게 된 점도 결장암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김형욱 강북삼성병원 외과 교수는 “유전성 대장암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이 증가하는데 이런 게 주로 결장에 생겨 결장암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장암보다 결장암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대장암의 패턴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백승혁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직장암은 수술법이 표준화됐고 항암제와 수술기법이 다양해졌지만 결장은 주변에 복막·요관 등 다른 장기가 가까이 있어 더 위험하고 암 발생 부위와 증상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5년 생존율(2010~2014년 발생 환자)이 결장(75.4%)보다 직장(77.3%)이 약간 높다. 남녀로 나눠 보면 남자는 각각 78.2%로 같다. 반면 여자는 결장(71.7%)보다 직장(75.9%)이 꽤 높다.

초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70~80대 대장암 환자도 늘고 있다. 2011년엔 대장암 환자 중 60대가 30.6%로 가장 많았으나 2015년에는 70대가 가장 많았다. 또 80세 이상 환자는 2011년 전체의 6.9%에서 2015년 10.3%로 증가했다. 신애선 교수는 “육류 섭취를 줄이고 특히 탄 고기를 먹지 않아야 한다”며 “과일·채소를 많이 먹고 내시경 검진을 잊지 않고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심평원은 이날 대장암 수술을 담당하는 병원의 인력·수술사망률 등 21개 분야를 평가해 1등급 의료기관 119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수술 잘하는 병원을 찾으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병원·약국→병원평가정보→수술→대장암 순으로 들어가면 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박정렬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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