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7번타자 이범호, 잠자던 호랑이 타선을 깨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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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이범호, 이번에도 안타야

[포토]이범호, 이번에도 안타야

17일 프로야구 KIA-LG전이 열린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0-2로 뒤진 2회 말 LG 선발 헨리 소사(33)의 시속 152㎞짜리 직구가 날아오자 KIA 이범호(36)는 방망이를 툭 갖다대듯 가볍게 밀어쳤다. 우중간을 꿰뚫는 1타점 2루타. KIA는 2회에만 안타 5개를 묶어 3점을 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이범호는 4회 말 두번째 타석에서도 시속 150㎞ 직구를 똑같이 밀어쳐 안타를 때려냈다. 그는 마치 타격 기술에 통달한 '달인'처럼 여유있게 배트를 휘둘렀다.

KIA는 선두싸움의 분수령이 된 이날 LG와 경기에서 8-3으로 승리하며 2연승을 내달렸다. 3위 LG와의 승차는 3.5경기로 넉넉하게 벌렸다. 승리의 주역은 4차례 타석에 들어서 모두 출루(2안타·2볼넷)에 성공한 이범호였다.

이범호는 전날(16일) LG전에서 1-2로 뒤진 6회 말 LG 선발 차우찬을 상대로 동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또 2-2로 맞선 11회 말 무사 3루에서는 우중간을 가르는 끝내기 안타를 때리며 원맨쇼를 펼쳤다.

2009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일본 프로야구(오릭스)에 진출했던 이범호는 1년간 뛴 후 한국에 돌아와 KIA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때문에 4년간 연 평균 93경기에 출전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2년에는 43경기에 나서는데 그쳤다.

지독하게 재활에 매달린 그는 결국 부상을 극복해냈다. 2015년 138경기에 출전해 28홈런을 친 이범호는 지난해 2000년 데뷔 이후 가장 많은 33홈런을 기록했다. 타율 0.310 역시 커리어 하이 기록이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타격에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올 시즌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하며 우려를 낳았다. 그는 개막 후 2경기를 치른 뒤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 지난달 23일 복귀했지만 부상에 대한 부담때문에 타격 감을 좀처럼 찾지 못했다. 타율 2할 중반대를 오르내렸고, 지난 9일(광주 kt전)에서야 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다.

지난주 6경기에서 20타수 4안타(타율 0.200)에 그친 그는 최근 7번타자까지 떨어졌다. 이범호는 16일 경기에 앞서 평소보다 일찍 경기장에 출근했다. 전력분석실에 틀어박혀 타격 영상을 돌려보고 또 돌려봤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역할을 하며 마음의 짐을 털어냈다. 이범호는 "컨디션이 조금씩 올라오는 것 같다. 지난해 좋았던 영상 위주로 계속 돌려보며 공부하고 있다. 차츰 더 좋아지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시즌 초반부터 1위를 질주하던 KIA는 지난주(9~14일) 치른 6경기에서 2승4패를 기록하며 첫 위기를 맞았다. 투수들의 호투가 이어졌지만 최형우를 제외한 타자들의 타격감이 떨어지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이범호와 함께 안치홍·버나디나 등이 살아나면서 LG와의 3연전에서 먼저 2승을 챙겼다. 4월 한 달 동안 평균자책점 7.91로 흔들리던 불펜진도 안정을 되찾았다.

KIA 불펜진은 이번 LG와의 2경기에서 8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호투하고도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던 KIA 선발 팻딘(28)은 2회 초 LG 정상호에게 선제 투런포를 허용했지만 이후 실점을 기록하지 않고 시즌 3승(2패)째를 챙겼다.

광주=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프로야구 전적(17일)

▶LG 3-8 KIA ▶kt 4-9 롯데 ▶삼성 5-2 SK ▶한화 8-4 넥센 ▶NC 2-1 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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