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블레어에게 배워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울=연합]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이 18일 사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제기한 4개 신문사 등을 상대로 모두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을 비판하면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부를 배우라고 충고했다.

AWSJ은 블레어 총리가 최근 공영 방송인 BBC가 이라크전 지지를 위해 정부가 정보를 왜곡했다는 근거없는 보도를 했어도 직접 고소하지 않고 대신 독립적인 조사기관이 BBC의 잘못을 조사토록 했던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신문은 "민주 국가에서 설사 언론이 부당한 보도를 했다 해도 정치인들이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걸지 않는 것을 하나의 룰로 삼는 이유가 아주 많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盧대통령이 소송을 제기한 목적이 오보를 바로잡는 것이라면 언론중재위 제소 같은 보다 덜 대립적인 조치를 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WSJ은 이와 함께 "盧대통령이 더 급한 현안이 많은데도 언론과의 싸움을 벌이는 등 민주적인 제도와 체제에 대한 존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똑같은 사실을 보도했는데도 덜 비판적인 신문은 이번 소송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소송은 법률적인 피해를 구제받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