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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발사한 신형 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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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김민석 기자 중앙일보 전문기자

북한은 지난 14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대형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신형 지상대지상(지대지)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KN-17)이라고 15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는 이 미사일이 최대 정점고도 2111.5㎞까지 상승했고 비행거리가 787㎞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가혹한 재돌입 환경 속에서 조종 전투부의 말기 유도특성과 핵탄두 폭발체계의 동작 정확성을 확증했다”며 대기권 재진입(re-entry)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과연 북한의 주장이 사실일까.

북한, 14일 탄도미사일 1발 발사

북한, 14일 탄도미사일 1발 발사

①재진입 기술 성공인가? 실패인가?=북한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한미 당국의 판단은 다르다. 결론적으로 이번 화성-12형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갖춰야 할 외부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핵심은 사거리다. 합참 등에 따르면 북한이 발사한 화성-12형을 정상적으로 발사할 경우 최대 사거리가 6700㎞로 추정됐다. 그러나 북한은 이 미사일을 최대로 쏘면 태평양으로 날아갈 것을 우려해 추진로켓을 1단으로 축소해서 발사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최대 4500㎞까지 날아갈 수 있고 최대 속도는 마하 16∼17 수준이었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우주상공에서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공기와의 마찰로 탄두(전투부)에 발생하는 열은 대략 섭씨 5000도 정도다. 하지만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ICBM의 사거리는 최소 1만㎞ 이상이다. 이런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속도는 최소 마하 20이고 탄두에 발생하는 온도는 섭씨 7000∼8000도다.

따라서 이번처럼 섭씨 5000도 조건에서의 재진입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설령 북한 주장이 맞더라도 실제 ICBM 미사일의 외부조건인 섭씨 7000∼8000도에서는 탄두가 녹아버릴 수도 있다. 설령 완전히 녹지 않더라도 탄두 표면이 불균형하게 깎일 경우 공중에서 균형을 잃고 회전하다 진동으로 폭발하게 된다.

북한은 15일 신형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은 15일 신형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노동신문]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주장에 대해 “현재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군 관계자는 그 근거로 “화성-12형 미사일의 종말단계 속도가 ICBM급(마하 24)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북한이 재진입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견딜 수 있는 소재로 만든 탄두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②지대지인가? 지대함인가?=북한이 발표한대로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지대지 미사일이다. 일반적으로 항공모함을 타격하기 위한 지대함 미사일(ASBM)은 사거리가 대략 2000㎞ 안팎이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화성-12형은 최대 사거리가 6700㎞인데 중국의 대표적인 ASBM인 둥펑-21D는 사거리가 약 1770㎞다. ASBM의 경우 사거리가 지나치게 길면 정확도가 형편없이 떨어진다. 더구나 북한의 현재 레이더 탐지능력으로는 수천㎞ 밖에 있는 미국 항모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미군 당국은 발사 직후 ASBM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미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분석이라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할 경우 대북 선제타격도 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는데 이번 미사일이 ICBM 전 단계의 신형 지대지 미사일이라는 점을 인정할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거다.

③ 사드로 막을 수 있나?=북한이 화성-12형을 남한의 중남부권으로 발사하려면 사거리를 크게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이번처럼 매우 비정상적인 높은 각도(고각)로 발사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경북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방어권 안에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고각으로 발사할 경우 사드 요격이 더 용이하다고 한다. 고각으로 쏠수록 탄도미사일의 체공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미사일을 탐지·추적· 요격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드 요격 여부의 핵심은 미사일의 속도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낙하 속도는 최대 마하 16∼17로, 사드 요격이 가능한 최대 속도 마하 15를 넘어선다 하지만 사드가 가장 요격하기 좋은 고도인 100㎞ 구간에선 마하 13∼14 수준이라는 게 국방부측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이 쏜 화성-12형 미사일은 최고 고도 근처에서 속도가 가장 느려지고, 다시 낙하하면서 점점 속도를 회복하는데 사드 최적 요격 거리인 100㎞ 안팎에선 마하 13~14 수준의 속도여서 요격이 가능하다는 거다. 이 구간을 지나면 가속도가 더 붙어고도 40∼60㎞ 구간에선 최대 속도인 마하 16~17 수준을 회복하게 되고 사드 요격은 불가능해진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