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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민원에 밀려 낚싯배 안전 규정 1년만에 퇴색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5년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돌고래호 사고 후 안전대책 차원에서 추진된 ‘낚시어선 조업구역 제한’ 규정이 시행 1년도 안 돼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인천해경·중구청, 작년 8월 어업구역제한고시 시행 #2015년 돌고래호 참사 대책 일환으로 마련해 #민원발생·안전운항 정착 판단 이유로 완화키로 #전문가 "정부행정 무능, 예방 규제 지속돼야"지적

안전을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낚시어선의 조업구역을 법으로 제한한 인천 해경과 인천 중구청이 ‘안전사고가 없었고, 민원이 발생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인천 남항부두에 정박해 있는 낚시어선. [사진 인천시]

인천 남항부두에 정박해 있는 낚시어선. [사진 인천시]

15일 인천 해경과 인천 중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 낚시어선(10t 미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지속해서 증가해 지난해 8월 31일부터 ‘낚시어선의 안전운항 등을 위한 준수사항’을 고시해 시행하고 있다.

고시 내용은 ‘낚시 어선의 영업구역은 영해(12해리) 및 접속수역법에 따른 영해선까지로 한다’(5조 1항) 등이 명시돼 있다. 그동안 조업 구역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아 낚시어선들이 영해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어업구역을 법으로 제한한 것이다.

개정된 고시에 따라 지난해 8월 31일 이후부터는 낚시 어선들은 인천 소령도를 중심으로 12해리(인천항 기준 70해리) 안에서만 조업이 가능해졌다.

고시가 마련된 것은 2015년 제주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낚시어선인 돌고래호(9.97t)가 전복되면서 15명이 사망한 데 따른 후속 조치 일환이다. 영해 밖에서는 위치추적장치가 제대로 작동 안 돼 영해 안쪽에서만 조업하도록 해 돌고래호와 같은 사고를 막자는 취지였다. 인천해경이 사고 직후 인천 중구청에 강력히 요청해 시행됐다.

인천 앞 바다에서 영업중인 낚시어선. 사진은 본기사와 관계 없습니다. [사진 인천시]

인천 앞 바다에서영업중인 낚시어선. 사진은 본기사와 관계 없습니다.[사진 인천시]

하지만 일부 어선들이 ‘생계위협’을 이유로 물고기가 많은 조업 금지구역을 넘나들고 있다. 영해 밖은 물론 서해 특정해역에까지 들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부는 위치추적장치를 일부러 끄는 경우도 있다. 해경 단속에 걸리더라도 “영해 밖에 있어 위치추적장치가 작동 안했다”고 주장하면 되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자칫 대형사고 발생시 위치추적이 제대로 안 돼 제2, 제3의 돌고래호 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천 해경과 중구청은 이 고시를 완화하거나 재개정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 발생 및 안전운항이 정착됐고, 적발건수도 줄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낚시어선 업체들의 불만이 많고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안전운항 문화가 정착했다고 판단했다. 객관적 근거는 없지만 (낚시어선) 선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뀐 점을 감안했다”고 해명했다.

인천해경 관계자도 “고시 시행 이전에는 조업금지 구역 내 단속이 20건이었는데 시행 이후 3건에 불과했다. 준법운항 등 안전이 담보된다는 전제하에 조업제한 구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긍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현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해양법) 교수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고시한 것인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철회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영세 어민을 위한 생계대책은 별도로 마련하더라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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