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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실 막기 다른 길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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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새로 마련한 국민연금 개정안은 보험료는 더 내고 노후에 받는 연금은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입자의 몫이 줄다보니 여기저기서 반대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온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오스트리아 등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중병(重病)을 앓고 있는 연금 제도를 손대지 않고 실기(失機)하면 가입자의 저항 때문에 개혁하기 어려워진다.

현행 연금 제도는 '저부담-고급여'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이대로 둘 경우 국민연금 살림은 2036년에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해 11년 만인 2047년에 기금이 고갈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출산율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돈을 탈 사람은 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적정 부담-적정 급여'체제로 바꾸기 위해 손을 대는 것이다. 국민연금 부실을 치유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게 정책 당국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는 연금제도를 수술하면서 몇 가지 지급제도를 바꿨다. 연금 가입기간이 10년인 사람은 20년 가입자 기준 연금액의 47.5%만 받았으나 50%로 2.5%포인트 올라간다. 가입기간이 11~19년인 사람은 50%를 시작으로 매년 5%포인트 올라가 19년인 사람은 95%를 받게 된다. 1만2천명이 내년부터 혜택을 보게 됐다.

또 여자의 경우 이혼했을 때 남편의 연금을 나눠받다가 재혼하면 연금이 없어졌으나 앞으로 계속 받게 되고 자신이 별도로 연금에 가입했으면 두 개를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생활이 어려워 연금을 55세부터 미리 당겨 받을 경우 한 살에 5%씩 깎던 것을 6%로 높였다. 55세에 받는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75%를 받고 있으나 내년부터 70%로 줄게 된다.

유족 및 장애연금을 받으려면 지금은 연금에 1개월만 가입해도 됐으나 앞으로는 최소 1년을 가입해야 한다. 또 교도소 및 보호감호.치료감호 시설 수용자, 행방불명자 등 50여만명에 대해선 국민연금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1999년에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춘 지 5년 만에 다시 10%포인트를 낮추게 되면 연금에 대한 불신만 커진다"면서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또 연금가입자의 평균 가입기간이 21.7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연금에 새로 가입하는 월소득 1백36만원의 가입자는 최저생계비에 불과한 34만원 정도밖에 연금을 못받기 때문에 노후 소득 보장이 안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 최종안으로 확정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찬반 논쟁이 뜨거울 것으로 보여 개정안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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