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초임 5만 달러 됐지만…미국에서도 '문송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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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중앙포토]

하버드대[중앙포토]

올해 미국 대졸 신입 사원의 연봉이 5만 달러에 육박해 최근 10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인플레 반영시 2007년보다 14% 높아 #미 실업률 4.4%, 고용수준 개선 영향 #IT 호황 속 STEM 분야 취업자 연봉 높아 #풀타임 직장 구하는 데 평균 6개월 소요

미국의 직업 컨설팅 회사인 '콘 페리 인터내셔널'은 올해 대학을 졸업한 14만5000명의 초임을 분석한 결과 4만9785달러(약 5620만원)를 기록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물가상승률을 빼고 계산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인 2007년보다 14% 높은 수준이다. 4월 미국의 실업률이 4.4%로 완전고용 수준을 이어가는 등 미국의 고용 여건이 크게 개선된 결과로 해석된다.

콘 페리 인터내셔널은 "장기 급여를 고려하면 올해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들은 역사상 가장 높은 소득 계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전미대학생고용인협의회(NACE) 조사에서도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대졸 신입 초임은 2012~13년 4만5000달러 수준에서 2015~16년 5만 달러 선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임지는 "연구기관에 따라 데이터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졸 초임이 오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태껏 올해만큼 취업이 잘 됐던 해는 없었다. 여러 구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연착륙을 도왔다"는 뉴욕주 가든시티 아델피대학의 직업서비스센터 책임자의 발언을 전했다.

직종별로는 정보기술(IT) 업종의 호황 속에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취업자들의 임금이 높았다.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 급여는 지난해보다 5% 상승한 6만5232달러를 기록했고, 기술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6만3036달러를 기록했다. 기초 과학 등 연구·개발 직종은 5만8773달러였다.

이에 비해 미국 채용시장에서도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현상이 두드러졌다. 회계·구매·마케팅 등 대다수 문과 계열 직종이 전업종 평균보다 10% 가까이 낮았다. 보험계리사만 5만9212달러로 전체 평균 연봉보다 19% 높았다. 고객서비스나 고객불만 심사 등의 직종은 전체 평균보다 20% 이상 낮았다. 그래픽디자이너 등의 임금도 평균보다 10%가량 뒤처졌다.

미국의 전공별 급여차이는 확대되고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최근 2014~15년 초임을 토대로 73개 대학 전공의 기대 초임을 분석한 결과 4만5000달러 이상 연봉을 지급하는 전공은 공학계열 20개에 불과했다. 영어 전공자의 초임은 약 3만4000달러, 인류·미술사·법률·교육·환경·외국어·저널리즘·여가·심리학 등도 3만 달러 중반에 못 미쳤다.

다만 미국에서도 졸업과 함게 풀타임 직장을 구하기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 PLC'가 올해 대졸자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졸업 전에 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아델피대학의 조사에서는 졸업후 풀타임 직장을 구하는 데 평균 6개월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미국 노동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25세 이상의 대졸 신입사원들이 고등학교만 졸업한 취업자보다 2배 이상의 소득을 올려 미국도 학력에 따른 소득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취업 여건이 개선된 가운데 지역별로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이 로스앤젤레스(LA)나 시카고·애틀랜타보다 급여가 높았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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