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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아웃 잔 들고 참모들과 소통한 문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신임 수석비서관, 비서관 등 참모진과 오찬을 한 뒤 아메리카노를 담은 테이크아웃 잔을 들고 산책하는 모습.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신임 수석비서관, 비서관 등 참모진과 오찬을 한 뒤 아메리카노를 담은테이크아웃 잔을 들고 산책하는 모습.김성룡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국무회의에 앞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과 티타임을 하는 모습. 참석자들은 찾잔을 받침에 올려서 들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국무회의에 앞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과 티타임을 하는 모습. 참석자들은 찾잔을 받침에 올려서 들고 있다. [중앙포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5월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참모들과 미팅을 하다가 햇볕을 느끼기 위해 두 손을 하늘로 뻗은 모습. [사진 백악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5월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참모들과 미팅을 하다가 햇볕을 느끼기 위해 두 손을 하늘로 뻗은 모습. [사진 백악관]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참모들과 걷거나 탁자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건 낯선 풍경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날씨가 좋을 때면 로즈가든에서 참모들과 함께 앉아 있다가 두 팔을 하늘로 뻗으며 햇볕을 즐기곤 했다.

그런 미국과 달리 엄숙주의 문화가 짙은 청와대에서 11일 다소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청와대 신임 수석, 비서관들과 오찬을 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이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정장 상의는 벗어둔 채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손에는 사기 찻잔이 아닌 흰색 바탕의 테이크아웃(Takeout) 잔이 들려 있었다. 점심식사를 한 뒤 삼삼오오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여느 직장인과 같은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과 참모들이 함께 걷다가 앉은 곳은 등받이가 없는 통나무형 의자였다. 평소에는 청와대 직원들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곳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기 전에 차담회를 하곤 했다. 하지만 장소는 대부분 본관 회의실 옆의 실내 공간이었다. 실외로 나오지 않은 만큼 테이크아웃 잔을 이용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상당수 장관이나 수석들은 사기 찻잔을 받침 위에 올려서 든 채로 박 전 대통령 발언을 듣곤 했다.

문 대통령이 산책과 차담회에 앞서 진행한 오찬도 정치권에선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실무 공무원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를 제외하고 역대 대통령들이 수석비서관(차관급)이 아닌 비서관(1급)과 함께 식사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ㆍ윤영찬 홍보ㆍ조현옥 인사수석 외에 이정도 총무비서관,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일정총괄 팀장과 함께 오찬을 했다. 문 대통령 맞은편에는 이 비서관이 앉았다. 이후 산책과 차담회 역시 비서관급인 권혁기 춘추관장이 함께 했다.

취임 첫날부터 “따뜻한 대통령, 친구같은 대통령으로 남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의 청와대는 실제로 이전 청와대와 달리 변하고 있다. 대선 때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한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있는 동안에도 ‘열린 청와대’를 지향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윤영찬 홍보수석은 출입기자들의 단체카카오톡방에 가입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이 주로 사용한 청와대 본관 집무실 대신 비서진과 직원들이 일하는 건물인 위민관 집무실을 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격식을 차리는 행사를 제외하고는 위민관을 쓰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백악관 웨스트 윙(west wing,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진 사무실이 있는 공간)에서 대통령과 참모진이 쉽게 소통하는 미국처럼 청와대 분위기를 변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일정을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미리 공개하기로 했다. 대국민 소통의 일환이다. 실제 취임 첫날도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에 전날 모두 공개했다. 문 대통령의 일정이 앞으로 모두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경내 일정은 상관 없지만 외부 일정의 경우 미리 공개될 경우 경호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경호를 약하게 해달라”고 주영훈 경호실장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홍은동 자택에서 출근길에 동네주민들과 '셀카'도 찍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리가 끝나는 며칠뒤 관저로 이사한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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