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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인공장기 3D프린팅, 규제 풀어야 속도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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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장규태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장규태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2016년 다보스포럼 이후 ‘4차 산업혁명’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는 3번의 산업혁명을 통해 폭발적인 발전을 경험했고, 4차 산업혁명이 열어갈 미래에 대한 기대도 고조되고 있다. 앞선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전기·반도체 등 혁신 기술의 개별적인 개발에서 비롯되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물리적·생물학적 영역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기술이 융합되는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클라우딩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술(ICT)분야 기술 산업 육성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정보통신이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지만, 시야를 좀 더 넓게 볼 필요가 있다. 핵심은 빠른 분석과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통신이라는 플랫폼 위에 올릴 혁신물질이다. 어떠한 콘텐트를 결합하느냐에 따라서 혁신적 산업을 창출할 수도 있고, 진부한 기존 산업의 재현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4차 산업혁명의 가장 강력한 콘텐트가 바로 바이오다.

예를 들어 3D 프린팅은 3D 디지털 설계도나 모델에 원료를 층층이 겹쳐 쌓아 유형의 물질을 만드는 기술로 프린터기의 크기에 따라 소형 블록에서 대형 건물까지 출력이 가능하다. 여기에 단백질·DNA 유닛·나노소재 등을 활용한 바이오 잉크를 개발하면 인공장기나 혈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바이엘·노바티스 등 거대 다국적 제약사도 유전체 정보 활용 개인 맞춤형 치료 기술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렇듯 바이오는 새로운 기술과 융합해 혁신적 산업을 창출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선진국이 4차 산업시대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e-헬스법 제정, 원격진료에 관한 고시 개정 등 첨단산업분야 규제 완화에 노력하고 있는 데 반해, 아직 한국 바이오산업은 발이 묶여 있는 실정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은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유전체 정보 이용 및 관련 연구개발은 생명윤리법으로, 원격의료는 의료법으로 막혀있다. 이는 개별적 법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신산업을 대하는 법률 해석 문제라 할 수 있다. 국내 법규는 법에서 규정한 것만을 합법으로 인정하고, 이외에는 불법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선진국들은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를 정해서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신산업은 선례가 없기 때문에 금지와 허용을 미리 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규제 적용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레일을 깔아도 그 위를 달리는 것이 수레라면 속도를 낼 수 없다. 탄탄한 레일 위를 최고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콘텐트를 확보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 세계 수준의 ICT기술과 융합될 최고 수준의 바이오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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