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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주역' 첸치천 전 부총리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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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한중수교 당시 중국 외교부장으로 실무를 총괄했던 첸치천(錢其琛·89) 전 중국 부총리가 9일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지난 2004년 12월 고(故) 유민(維民)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한 '제6회 유민 기념 강연회'에 참석한 첸치천(錢其琛·맨 오른쪽) 전 중국 부총리. [중앙포토]

지난 2004년 12월 고(故) 유민(維民)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한 '제6회 유민 기념 강연회'에 참석한 첸치천(錢其琛·맨 오른쪽) 전 중국 부총리. [중앙포토]

첸 전 부총리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을 당시 외교부장으로, 당시 카운터파트였던 이상옥 전 외무장관과 함께 서명했다. 첸 전 부총리는 자신의 저서 '열 가지 외교 이야기(外交十記)'에서 한중수교를 설명하러 북한에 가서 김일성 주석을 만났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김 주석이 자신에게 "중국의 외교정책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통상적이던 연회도 베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1955년부터 중국 외교관으로 일한 첸 전 부총리는 1966년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하방(下方)했다가 1972년 복권돼 외교부로 복귀했다. 그는 외교부 부부장을 역임하면서 1987년엔 중소 국경협상 중국 대표단장을 맡아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1988년에는 외교부장에 올라 1991년 중소 국경협정에 서명하고, 1992년 한국과 수교에도 앞장섰다. 1993년부터 10년 간 국무원 부총리로 있으면서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집권기에 실질적인 외교 사령탑 역할을 했다.

한편 첸 전 부총리는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식에 축하사절로 참석한 바 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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