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웨이하이 유아원 버스사고 희생자 신원 확인…유가족 사고 조사에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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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밤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 인민정부는 5·9 중세 국제학교 유치원 화재 사건 관련 브리핑을 가졌다.

어린이 11명 중 한국인 10명…운전기사 등 12명 사망 #유가족 "사고 직후 사망자 수 등 의혹…현장답사 요구" #中 당국 "유가족 위로, 조사에 만전 기하겠다" #

밤 11시 10분 열린 브리핑에서 예리윈(葉立耘) 부시장 겸 공안국장은 인명피해 상황 등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날 사고로 아동 11명과 운전기사 1명이 숨졌으며 유치원 교사 1명은 중상을 입었다. 다친 유치원 교사 위나(于娜)는 의식이 되찾았으며 비교적 안정된 상태다. 산둥성 위생위원회는 중증 화상 치료 전문가를 웨이하이로 파견해 치료 중이다.

앞서 오후 6시 30분에는 웨이하이시 부시장이 유가족에게 직접 사고 상황을 설명했다. 웨이하이시는 예 부시장 책임 아래 13개 위로팀을 구성해 개별 희생자 유가족을 상대로 일 대 일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희생자 DNA 검사 결과는 마무리 돼 희생자 12명의 신원 확인을 마친 상태다.

이수존 칭다오 총영사를 대표로하는 한국 사고대책반이 10일 오후 웨이하이 창웨이 호텔에 마련된 대책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단을 상대로 사건 과정을 브리핑하고 있다. [웨이하이 사진=신경진 특파원]

이수존 칭다오 총영사를 대표로하는 한국 사고대책반이 10일 오후 웨이하이 창웨이 호텔에 마련된 대책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단을 상대로 사건 과정을 브리핑하고 있다. [웨이하이 사진=신경진 특파원]

유가족들은 중국 당국의 사고 조사과정에 의문을 나타내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이가은(4) 양의 아버지인 김미석 유가족협회 대표는 "중국 법규 상 사망자 10명이 넘으면 대형사고로 분류돼 행정 당국이 불이익을 받는다"면서 "사고 직후 웨이하이시 공안 당국이 9명 사망, 3명 실종이라고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어제 총영사로부터 대통령 후보들도 사건을 중시한다고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말로만 아니라 정말로 이번 사건의 빠르고 정확한 수습에 나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사고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 답사와 터널 안 폐쇄회로(CC)TV 등 영상증거 열람 등을 당국에 요구했다.

웨이하이시 정부는 10일 오전 9시(현지시간) 웨이하이시 둥산(東山)호텔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사고 원인과 사후 처리 방안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전날 중국 측이 한국 대책본부(본부장 이수존 칭다오 총영사)에 알린 바에 따르면 사고는 9일 오전 08시 59분 발생했다.
통학 버스가 환추이(環翠)구 타오자쾅(陶家夼) 터널에 진입한 뒤 340m 지점에서 앞에서 운행 중이던 쓰레기 수거 차량과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사고 직후 버스에서 화재가 일어났으며 쓰레기 수거 차량 기사가 이를 공안에 신고했다. 5분 뒤 공안과 소방대가 현장에 출동했으나 출근 시간이라 진입로 확보에 7분이 소요됐다. 9시 12분부터 화재 진압이 시작됐으며 27분에 불길을 모두 잡았으나 차량은 이미 전소한 상태였다.

5·9 웨이하이 한국 국제학교 유아원 스쿨버스 화재 사건 대책본부가 마련된 웨이하이시 창웨이(長威)호텔. [웨이하이 사진=신경진 특파원]

5·9 웨이하이 한국 국제학교 유아원 스쿨버스 화재 사건 대책본부가 마련된 웨이하이시 창웨이(長威)호텔. [웨이하이 사진=신경진 특파원]

중국 당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이번 사건을 중시한다며 희생자 위로와 사건 처리에 완벽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산둥성 정부는 쑨리청(孫立成) 부성장 겸 공안청장을 조장으로 하는 사고 조사팀을 구성해 한국 대책본부와 핫라인을 개통하고 진상 조사와 수습에 나섰다.

희생된 아이들은 2011~2014년 생으로 남아 7명 여아 4명이다. 한국인이 10명과,중국인이 1명이다. 중국 국적을 가진 아이도 6명이라고 중국 측은 발표했다. 2008년 인가를 받은 웨이하이 중세 국제학교 유치원에는 8개반 105명이 재학 중이다.
유가족들은 9일 오후 11시30분 경 웨이하이시 원촨(溫泉)진에 위치한 시 영안실에서 시신을 확인했다.

이수존 총영사는 “유가족의 요구를 가감없이 중국 당국에 전달하고 있으며 중국도 최대한 협조를 약속했다”며 “오늘 한국에서 가족과 친지들이 추가로 입국하는만큼 유가족들과 추후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웨이하이=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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