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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가봤습니다]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배출한 PK 표심 막판까지 "누굴 찍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오전 9시쯤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동 제2 투표소. 비가 왔지만 다양한 연령층의 유권자가 잇따라 투표소에 들어섰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한 관계자는 “투표소 문을 열기 전인 오전 6시 이전부터 60대 유권자 4~5명이 기다렸다가 투표를 했다”며 “오늘 투표율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동 제2 투표소 입구 모습. 위성욱 기자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동 제2 투표소 입구 모습. 위성욱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가 있는 경남은 선거 초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다. 그러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구속 등으로 보수층 표심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옮아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선거 막판에 보수표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급격히 결집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는 여론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경남에선 "막판까지 투표결과 예측하기 어렵다" 반응 #부산에선 50대를 전후해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위기 #평소 지지후보위해 소신투표했다는 유권자도 많아

이 때문인지 막판까지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유권자가 많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투표소 밖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남모(50·여·창원시 의창구 용호동)씨는 “기성 정치인에게 너무 실망해 이번에는 정치와 거리가 먼 후보에게 투표했다”며 “TV 토론에서는 실망했지만 뭔가 새로운 정치를 해 줄 것이라는 희망으로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3·여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씨는 “5명의 후보 모두가 다 마음에 들지 않아 끝까지 고민했지만 가장 깨끗하다고 여긴 후보에게 투표했다. 꼭 당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동 제2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동 제2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의식한 듯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것이란 예측을 하는 유권자도 많았다. 회사원인 서모(46·김해시 장유동)씨는 “경남은 노 전 대통령의 향수를 가진 지역이어서 아무래도 노 전 대통령과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했던 문 후보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도가 높아 이것이 투표로 연결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에 꼭 정권 교체를 해 노 전 대통령이 못 이룬 지방분권 등을 완수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보 때문에 보수후보를 지지한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김 모(67·창원시 반지동) 씨는 “안보를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는 보수 후보에게 투표했다”며 “처음부터 시종일관 한 후보를 지지했고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노모(68·창원시 자산동)씨는 “친북 인사가 당선되면 우리나라를 북한에 갖다 받칠 수 있다는 생각에 보수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9일 부산 중구 중앙동 한 자동차 전시판매장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9일 부산 중구 중앙동 한 자동차 전시판매장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표심은 50대를 전후로 극명히 갈리는 양상이다. 50대 이하 젊은 층은 정권교체를 위해 문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많았지만, 50대 이상은 문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홍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9일 오전 10시 30분 부산시 연제구 거제 제3동 2 투표소. 20m가량 줄이 늘어설 만큼 한 표를 행사하려는 주민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젊은층 보다는 50~60대 유권자가 더 많아 보였다.

이모(63)씨는 “문재인 되면 이북에 다 퍼준다 안카나. 내가 문재인 당선되는 거 막으려고 허리가 아파도 나왔다 아이가”라고 했다. “그래서 누구를 찍었냐”고 묻자 손가락으로 숫자 2를 펼쳐 보였다.

평소 안 후보를 지지하다 막상 투표소에서 홍 후보를 찍었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김모(75)씨는 “처음에 홍 후보가 힘이 없어서 안 후보를 찍으려고 했지만 점점 안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며 “문 후보를 견제할 수 있는 홍준표를 찍었다”고 말했다.

9일 부산 중구 중앙동 한 자동차 전시판매장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9일 부산 중구 중앙동 한 자동차 전시판매장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50대 이하 젊은 층은 문 후보를 찍었다는 비율이 많았다. 자영업을 하는 박종순(37)씨는 “촛불민심을 보여주는 길은 정권교체”라며 “문 후보가 국정운영 경험도 있고, 안정적으로 정권을 잘 유지해 나갈 것 같아 지지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4)씨는 “공약이나 말하는 것을 보면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찍고 싶지만 사표가 될 것 같아 문 후보를 찍었다”며 “정권교체를 이루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끝까지 소신을 지켜 투표했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전문직에 종사한다는 권모(56)씨는 “80년대 학생운동을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개혁을 외치는 심상정을 줄곧 지지해왔다”며 “문 후보를 찍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을 하다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심 후보에게 힘을 보태고자 투표했다”고 말했다.

울산은 전통적으로 보수색깔이 강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여당에서 이탈한 표가 초반에는 중도보수 성향의 안 후보에게 옮겨갔다가 방송토론 이후 문 후보와 홍 후보에게 쏠리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하지만 이날 투표를 한 박모(54·울산시 삼산동)씨는 “막판에 보수표가 결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문재인과 안철수를 지지하는 표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어제 밤까지 2명의 후보를 놓고 고민하다 오늘 최종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울산에서는 최고령자인 김소윤(110)씨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단 채 중구 병영새마을금고 투표소에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김씨는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며 “새 대통령은 백성 모두를 품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부산 39.9%, 울산 39.8%, 경남 18.6%였다. 부·울·경 모두에서 50%를 넘지 못했다. 줄곧 언론사 등의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문 후보 등이PK에서 얼마나 많은 표를 받을지 주목된다.
부산·울산·창원=위성욱·이은지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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