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딸 다혜씨가 8일 서울 광화문 유세에 등장했다.
"아빠 바라기 '문빠 1호' 아버지 딸 다혜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다혜씨는 "선거 전날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어버이날"이라며 "여태까지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데 오늘만큼은 아버지께 뭔가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선거팀에 부탁해 아빠 몰래 영상편지를 찍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딸의 영상편지가 재생되고 있는데도 이를 모르고 있던 문 후보는 그제야 멈춰 서서 화면 속 딸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다혜씨는 "혹시나 아버지가 다치실까, 힘드실까 매일 뒤에서 노심초사한다"며 "늘 걱정하는 제게 '진짜 괜찮은데?'라며 안심시켜주신다. 늘 이렇게 말없이 묵묵하게 무거운 책임을 다하시는 아버지를 무한히 존경하고 신뢰한다"고 말했다.
다혜씨는 이어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역경을 보면서 저 어렵고 힘든 길을 가지 마시길 바랬다"면서도 "하지만 5년 전 대선 직후 저는 후회했다. 문재인을 단지 제 아버지로서만 생각한 제 모습이 부끄럽고 죄송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아버지께서 대선 후보가 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고 추켜세웠다.
다혜씨는 또 "제가 회사 그만두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가 됐을 때 아버지께 '이제 내가 아닌 단지 누군가의 엄마·아내라는 타이틀로 존재하게 될까 봐 두렵다, 사회에서 도태되는 기분이 든다'고 푸념한 적이 있다"며 "그때 아버지께서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직업은 바로 '엄마'라고, 가장 중요하고 큰일을 해내고 있는 네가 자랑스럽다고 제게 말했다"고 말했다. "그 한마디를 가슴에 새기며 엄마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 덧붙인 다혜씨는 문 후보에게 "전업맘도, 워킹맘도, 아빠들도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만들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영상편지 말미에서 다혜씨는 "저와 제 가족들은 스스로 엄격하라는 아버지 말씀을 따르겠다"며 "긴 선거운동 마무리하는 오늘 제가 아들 손 잡고 광화문광장에서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아빠 사랑합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지지해주시는 국민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는 말과 함께 영상편지를 마친 다혜씨는 아들 서지안군과 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지안군은 외할아버지인 문 후보 품에 안겨 함께 엄지를 들어보이기도 했다. 다혜씨가 전한 꽃다발을 든 문 후보는 딸의 등을 토닥이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부인 김정숙 여사도 무대에 올라와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이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본 문 후보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연호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