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약속지키기 위해 객실 무료로 제공하니 대통령도 공약 지켜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부산 해운대구의 '호텔 109' 이은호(35) 대표는 투표일인 9일 전 객실 무료 이벤트를 진행한다. [사진 호텔 109]

부산 해운대구의 '호텔 109' 이은호(35) 대표는 투표일인 9일 전 객실 무료 이벤트를 진행한다. [사진 호텔 109]

 “내 아이가 살 세상인데 아빠가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요.”

‘호텔 109’ 이은호 대표 탄핵 결정일에 이어 대선 투표일 객실 무료 제공 #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대통령 원한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호텔 109’를 운영하는 이은호(35) 대표는  하루 매출 450만원을 포기하고 대선 투표일인 9일 투숙객에게 객실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호텔 109'에는 51개 객실이 있다. 5월 평일 기준 숙박비는 일반 객실 7만원, 스위트룸 25만원이다.

3살짜리 아들을 둔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될 때도 전 객실 무료 이벤트를 했었다. 당시 이벤트 안내 플래카드에 ‘진짜 그 날엔, 한 번 더’라는 문구를 적었다. 이 대표는 8일 "'진짜 그 날'은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날을 의미했다"며 "‘한 번 더’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9일 전 객실 무료 이벤트를 또 한다"고 말했다. 투표일인 9일 투표 인증샷을 ‘호텔 109’ 업무용 휴대전화로 오전 10시 9분부터 보내주면 선착순 51명에게 호텔 객실을 무료로 제공한다. 객실은 무작위로 선정한다.

그가 바라는 대통령은 ‘약속 지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대통령’이다. 이 대표는 “차기 대통령은 국민의 용기로 탄핵과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된 것을 뿌듯하게 느끼도록 해줬으면 한다”며 “답은 간단하다. 국민을 위한 약속을 실천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나같은 국민도 약속을 지키려고 수익을 버리는 작은 결단을 내린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부산 해운대구의 호텔 업계에서 이단아로 불린다. 숙박업소 수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실 서비스를 하지 않고, 객실 판매 사이트에 로비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원칙대로 떳떳하게 경영해서 평가받겠다는 소신 때문이다. 이 대표의 호텔은 한 객실판매 사이트에서 '고객 만족도'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객실은 호텔처럼 깨끗하고, 가격은 모텔 수준으로 받고 게스트하우스처럼 커뮤니티가 있는 공간으로 호텔 109를 운영했더니 고객들이 알아주더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전 객실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을 때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거친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전화로 욕을 하는 것은 물론 호텔로 직접 찾아와 이벤트 배너를 발로 차고 욕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해서 이런 이벤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박사모 회원도 나의 의도를 안다면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벤트는 경남 지역으로도 퍼져나갔다. 9일 경남 양산의 ‘인스타호텔’과 경남 진해의 ‘브라운도트호텔’도 전 객실을 무료로 고객에게 제공한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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