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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7800만원 이상 고액 연봉자 '양산소'된 8위 증권사의 반란…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239만원. 한 달 월급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한 달 치 건강보험료다. 이 액수는 건강보험료 상한액이다. 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월 239만원까지만 건강보험료를 낸다. 이 정도 내려면 한 달에 7800만원가량 벌어야 한다. 연봉으로 따지면 9억원 이상의 초고액 연봉자다.

메리츠종금, 건보료 최고액 직원 수 증권업계 1위 #삼성전자, 김앤장, 광장에 이어 전체 사업장 기준은 4위 #직원이 영업 실적 절반 가져가는 '파격 보상' 시스템 고수 #"실적 좋은 사람이 풍경 좋은 사무실 쓴다" 원칙 #개인 주식거래 줄어 성과급 중심은 기회이자 과제

지난해 증권사 중에서 이런 초고액 연봉을 받는 직장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이 메리츠종금증권이다. 전국 사업장 전체로 봐도 4위로 높은 성적이다. 메리츠종금증권보다 초고액 연봉자를 많이 배출한 곳은 삼성전자,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 정도다. 현대자동차는 공동 4위다.

몸집(자산) 크기로 증권업계 8위인 중소형 증권사가 초고액 연봉자 양산소가 된 배경은 뭘까.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 인근 메리츠종금증권 광화문금융센터를 찾아 그 비결을 들여다봤다. 광화문금융센터는 원래 4개 지점(광화문·강서·명동·종로)을 2014년 3월 하나로 통합한 대형점포다. 이 실험은 당시 최희문·김용범 각자 대표 체제에서 구체화했다. 핵심은 '군살 빼기'다. 4개 지점이 하나로 합쳐지기 전 직원 한 명당 사무실 사용 공간은 18.8㎡였다.

메리츠종금증권 로고

메리츠종금증권 로고

하지만 통합 후 9.9㎡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고객 대기공간과 접견실도 과감하게 없앴다. 직원 책상 크기는 전보다 커져 여유로워졌다. 사장실 공간을 떼 내 회의실로 쓰거나 비효율적인 보고 절차는 과감히 없앴다.

무엇보다 실제 지점을 찾아 주식 거래를 하는 고객이 사실상 사라지다시피 한 분위기가 가장 컸다. 10년 전 광화문지점장을 맡은 뒤 통합을 지켜본 문필복 광화문금융센터장은 "센터 고객 중엔 제주에 사는 사람도 있다"며 "한번 신뢰가 쌓인 고객은 지점이 어디 있든 거래를 맡기기 때문에 위치는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2011년 말 32개였던 지점은 이제 7개로 줄었다. 불필요한 임대료도 자연스레 감소했다.

또 다른 축은 '파격 보상'이다. 직원이 영업 실적의 절반을 가져간다. 후한 대우가 입소문을 타면서 유능한 인재가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업계에서 감원 칼바람이 불 때 메리츠종금증권은 오히려 직원을 늘렸다. 유능한 인재가 모였을 때 창출하는 규모의 경제가 나가는 급여보다 크다는 시뮬레이션 결과 때문이다. 공격적인 스카우트는 숫자로도 입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임직원 수는 2011년 말 4만4055명에서 지난해 말 3만5699명으로 19% 줄었다. 이 기간 메리츠종금증권은 910명에서 1502명으로 65% 늘었다.

◇증권사 임직원 수 추이 (단위: 명)

2016년말

2015년말

2014년말

2013년말

2012년말

2011년말

메리츠
종금증권

1,502

1,389

1,022

911

865

910

증권사 전체

35,699

36,161

36,613

40,241

42,802

44,055

자료: 금융투자협회

광화문금융센터도 진짜 일할 사람만 더 뽑았다. 직원 수는 182명으로 4개 지점이 통합되기 전(81명)보다 배로 늘었다. 문 센터장 역시 실력 우선 원칙의 수혜자다. 투자자문 업무를 하다 전신인 한진투자증권에 스카우트 됐다. 그리고 5년 만에 임원 배지를 달았다. 문 센터장은 "자신이 한 만큼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가 모일 수밖에 없다"며 "기관에서 운용 업무를 하다 이곳에 와서 연봉이 대폭 뛴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원칙은 사무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센터 한 층은 여러 개의 직원 단독 사무실이 공용 사무공간을 'ㅁ'자로 둘러싼 구조다. 이 단독 사무실을 쓰는 사람은 순전히 실력으로 결정된다. "풍경 좋은 사무실은 값이 더 나간다"거나 "각 사무실마다 가이드라인이 따로 있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실제 사무실을 쓰는 직원 직함은 과장부터 상무까지 다양했다. 평가는 계급장을 떼고 이뤄진다는 뜻이다.

군살 빼기와 파격 보상 실험은 지금까지 성공적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해 말 영업이익은 3285억원으로 증권업계 1위다. 올해 1분기에도 1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 업계 3~4위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주식 브로커리지(중개) 수요는 급속하게 줄고 있다. 최근 강세장으로 주식 투자가 조금씩 살아나지만 전반적으로 증권사 영업 환경은 좋지 못하다. 하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당장 전략을 바꿀 계획은 없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은 "저금리 환경에선 개인 소득의 한계세율이 높아질수록 자산 증식 수단으로 주식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좋은 주식을 발굴하고 고객에게 추천할 수 있는 역량이 큰 증권사가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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