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선글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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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표적 질환이 황반변성입니다. 생소한 병명이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선 실명원인 제1위 질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급증해 조만간 현재 실명원인 1위인 당뇨망막증을 밀어낼 것이 확실합니다.

황반은 시신경이 몰려 있는 망막의 정중앙 부위를 말합니다. 눈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위이지요. 황반변성이란 자외선 등의 이유로 황반이 손상돼 나타나는 병입니다. 자외선으로 인한 황반 손상은 축적됩니다. 젊었을 때 눈에 강한 햇빛이 많이 들어온 사람은 나이 들어 황반변성에 잘 걸린다는 뜻입니다.

증세는 신문을 읽을 때 글자가 흔들려 보이거나 시야의 한가운데가 뿌옇게 보이는 것입니다. 글자 획이 곧아야 하는데 꾸불꾸불하게 보이거나 쥐 파먹은 듯 군데군데 보이지 않는 공간이 생깁니다. 만일 여러분에게 이러한 증세가 나타난다면 바로 안과 전문의를 찾아야 합니다. 황반변성의 경우 수주 만에 증세가 악화하고 치료를 게을리 할 경우 대개 2년 안에 실명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선 7만여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나 제대로 치료받고 있는 분들은 3500여 명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황반변성이란 질병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황반변성은 일찍 발견할 경우 치료 수단이 있습니다. 황반변성의 한 종류인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 비주다인이란 약물을 주사한 뒤 레이저 광선을 쬐여 주는 광역학 요법이 효과적입니다. 레이저 광선을 흡수하는 약물이 황반 손상을 유발하는 부위만 선택적으로 파괴합니다. 다행히 이 치료는 올해 1월부터 보건복지부에 의해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돼 환자는 치료비의 20%만 부담하면 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0%를 내야 했던 것에 비하면 환자 부담이 많이 줄어든 셈이죠.

지금 당장 자신이 황반변성인지 테스트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신문을 눈에서 30㎝ 거리에 놓고 한쪽 눈을 가린 채 바라보시지요. 혹시 글자가 꾸불꾸불하게 보이고, 가운데가 뿌옇게 보이거나 듬성듬성 공간이 보인다면 황반변성일 수 있습니다. 황반변성은 나이에 비례해 발생률이 증가하므로 댁에 55세 이상 어르신이 계시다면 반드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지요. 햇살이 강한 날 외출할 땐 선글라스를 꼭 착용하십시오. 눈 건강을 위한 확실한 배려입니다. 선글라스를 낀 어르신의 모습, 결코 주책이 아닙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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