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회사가 최고 예요" … 외국 기업들의 직원 가족 챙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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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지난 2일 한국 암웨이가 연 ‘자녀 초청의 날’ 행사에서 배민호 재무기획부장의 자녀들이 아빠의 자리에 앉아보고 있다.

유통 전문회사 한국암웨이는 직원들을 위한 주말 농장을 운영한다.지난해에 경기도 양평의 농장을 빌려 원하는 직원들에게 5평씩 나눠줬다. 주말에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라는 배려다. 올해는 신청자가 50명으로 늘어 임대농장 규모도 넓였다.

매년 봄.가을 씨 뿌리는 날과 수확하는 날에는 이벤트도 한다. 단체로 식사하고 레크리에이션 등을 곁들인다. 회사가 경비를 다 댄다. 이 회사 이혜경 마케팅 과장은 "지난해 강낭콩.옥수수 등을 심어놓고 종종 시부모님을 모시고 갔다"며 "농장이 생겨 시부모님과의 관계가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국내 일부 외국계 기업들이 이처럼 직원 가족이나 직원들의 가정 생활에 대한 여러 지원제도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가정까지 보살펴줌으로써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회사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른바 '가족친화 경영'의 하나다.

한국암웨이는 가정 상황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부모가 직장일에 치이지 않고 자녀를 돌볼 시간을 주기 위한 조치다. 이 회사 명혜경 부장은 이런 제도를 활용해 초등학생 두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오전 10시에 출근하고 오후 7시에 퇴근한다. 명 부장은 "아침에 시간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지 않고 아이들에게 아침밥까지 제대로 챙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 가족들의 자기 계발 비용까지 지원하는 회사도 있다. 담배회사 BAT코리아는 직원과 가족의 도서구입비, 학원 수강료 등을 1년에 17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 지원금에는 건강 검진이나 영화 관람 등 문화생활, 헬스클럽 비용도 포함된다. 독일계 생활용품 회사 헨켈 코리아의 김대현 과장은 최근 회사의 '직원 가족 의료보장'프로그램의 덕을 봤다. 돌이 채 안 된 딸이 선천성 심장병으로 수술을 했는데, 회사가 직원 가족이 아플 경우에 대비해 들어뒀던 보험금 15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동료 직원들의 성금 500만원까지 더해졌다.

직원들이 하는 일을 가족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회사도 많다. 가족들의 이해와 지원을 받는 직원들이 일에 매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영국계 주류업체 디아지오 코리아는 매년 '배우자의 날' 행사를 연다. 직원들의 배우자를 초청해 직원들의 업무를 소개하고 회사의 경영 정보도 알려준다. 부부 동반 모임이어서 함께 게임 하다 보면 직원들끼리 훨씬 가까워진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P&G의 영업부 여성들은 매년 5월 가족들을 회사로 불러 아내.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주는 '패밀리 데이(Family Day)'행사를 연다. 영업부 여성 직원들의 모임 '위민즈 네트워크(Womens' Network)'의 황진선 이사는 "항상 엄마는 바쁘기만 하다고 투정을 부리던 딸이 회사에 와 보고서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게 됐다"며 "가족들의 격려를 받으면 업무가 훨씬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업체 한국존슨앤존슨은 매월 둘째 주 금요일의 퇴근시간을 오후 3시로 당겼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평일에도 가족과 넉넉한 시간을 보내라는 취지다. 이 회사 최병권 부장은 "가족들은 아빠가 다니는 회사가 좋은 곳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나 자신은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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