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첫 공판 준비재판에서 변호인단이 검찰이 주장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치열한 법리 공방을 예고했다.
첫 정식 공판 … 반드시 참석해야 #“함께 재판받는 건 살을 에는 고통” #최씨, 분리 요청했지만 재판부 거부
서울중앙지법에서 2일 열린 박 전 대통령의 592억원대 뇌물 수수·요구 등 혐의에 대한 첫 준비재판에 박 전 대통령 측 이상철(59)·유영하(55)·채명성(39) 변호사가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이 재판 관련 피고인들은 나오지 않았다. 준비재판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이 공소 사실을 읽자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반박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먼저 “공소장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해 직권남용·강요의 피해자로 대기업 총수들이 나열돼 있다. 재단 출연금은 법인의 돈이었는데 피해자가 총수 개인인지 법인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부탁을 받아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에게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있는데 다른 쪽엔 최씨가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모 전 수석에게 요구했다는 내용이 있어 서로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한 취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정식 공판을 시작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나와야 하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은 이날 40년 지기인 최씨와 법정에서 마주하게 된다. 5월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날이다. 법원 측은 “우연한 일일 뿐이다”고 밝혔다.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가 ‘오랜 세월 존경하고 따르던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는 것은 살을 에는 고통과도 같다’고 한다”며 재판을 분리해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재판의 신속성·효율성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 측 권영광 변호사는 최씨를 박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구치소로 다시 보내달라는 요청도 했다. 권 변호사는 “현재 수감 중인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재판을 받으러 오려면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만 3시간이고 구치감에서 대기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최씨가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임을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가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지난달 남부구치소로 이감됐다. 재판부는 “이감은 법원이 아닌 법무부의 권한이어서 재판부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