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블랙리스트 최초 명단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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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과 관련한 청와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직을 강요당했다는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이 “후배들에게 불이익이 갈 것 같아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에 대한 2일 공판(9차)에서다.

문체부 전 간부, 김기춘 공판 증언 #“리스트 적용 소극적, 사직 강요 당해”

최규학 전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2014년 김 전 실장에 의해 사직을 강요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최 전 실장 등 문체부의 1급 공무원 3명에게 사직서를 내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전 실장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노태강 국장 등이 수차례 감찰에 걸리는 것을 보자 ‘쉽지만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후배들의 버텨 달라는 요청도 있었지만 결국은 후배들에게 불이익이 갈 것으로 생각해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9월 김희범 당시 1차관이 ‘부처를 위해 도와달라’면서 사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누구의 지시냐’고 묻자 ‘최 실장도 알면서 왜 그러나. 위에서 시켜서 하는 일인데 너무 고통스럽다’고 해 ‘김기춘 실장으로부터 오더가 왔군요’라고 말하고 차관실을 나왔다”고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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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본격적으로 블랙리스트가 집행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2014년 6월 조현재 당시 1차관이 김소영 교육문화비서관으로부터 받아온 명단이 최초의 블랙리스트 명단이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최 전 실장은 법정에서 나온 뒤 “블랙리스트 적용에 소극적인 것을 청와대에서 눈치챘던 것 같다. 한마디로 머리 굴리다 들통난 것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당시 함께 강제사직을 당한 김용삼 전 종무실장, 신용언 전 문화콘텐츠산업실장과 내가 서로 ‘잘린 3총사’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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