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타워 크레인 충돌, 무전 규칙 위반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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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찰이 2일 경남 거제조선소 내 크레인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찰이 2일 경남 거제조선소 내 크레인 사고 원인규명을 위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친 경남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는 현장 작업자들의 안전 부주의가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동 과정 무전 송수신 여부 놓고 #크레인 기사·신호수 진술 엇갈려 #노동부, 거제조선소 작업중지 명령

경남경찰청과 거제경찰서는 2일 “당시 크레인 기사와 신호수 등 10여 명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마친 결과 작업장에서 무전 수신과 관련해 진술이 엇갈렸다”고 밝혔다. 이날 사고는 800t급 골리앗 크레인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다 고철통 섀클(연결용 철물)을 해체 중이던 32t급 타워크레인과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이로 인해 타워크레인 붐대(지지대)가 낙하하면서 해양플랜트 모듈을 만드는 ‘마틴링게 플랫폼’ 작업장 위 쉼터를 덮쳐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골리앗 크레인은 레일을 따라 직선으로 움직이며 무게가 많이 나가는 블록이나 모듈을 들어올려 선박이나 해양 플랜트에 탑재한다. 이에 비해 타워크레인은 골리앗 크레인 근처에서 용접기 등 생산 설비를 나르거나 자재·파이프 등을 옮긴다. 타워크레인의 붐대가 회전하면서 물건을 옮기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서로 진술이 달라 누구의 과실로 골리앗 크레인과 타워크레인이 충돌했는지 좀 더 수사를 해봐야 하지만 부주의 등 안전 규정을 위반한 것이 사고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래 골리앗 크레인이 움직이면 타워크레인이 붐대를 아래로 내리게 돼 있다. 크레인끼리 옆에 있다 보니 작동 중에 작업 반경이 겹칠 때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있어 골리앗 크레인이 지나가게 하기 위해서다. 이때 크레인 기사 등이 서로 무전을 하도록 돼 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골리앗 크레인에는 기사 2명과 신호수 7명, 타워크레인에는 기사 1명과 신호수 3명이 각각 붙어 조작한다.

김효섭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장도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사고 원인에 대해 “크레인 신호수와 운전수 간 신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발생한 사고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뉴얼엔 두 크레인이 같이 움직일 수 있지만 골리앗 크레인이 움직이면 상호 신호를 해서 타워크레인이 붐대를 아래로 내려 골리앗이 지나도록 해야 하는데 신호가 잘못된 것인지 그게 안 돼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전 사업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크레인 사고가 발생한 해당 공정과 선박 건조 등 전체 작업을 중지하도록 명령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작업중지 명령 기한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작업장 안전조치가 미비하면 작업중지 명령의 효력은 계속된다. 삼성중공업도 이날 언론에 사고 현장을 멀리서 볼 수 있는 장소를 공개했다.

김 소장은 박대영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소장은 “불의의 인명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깊은 상심에 빠져 계신 유가족, 부상을 입으신 분들과 가족에게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은 모두 사내 협력업체 소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다음달 프랑스 업체에 인도할 해양플랫폼 건조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지난 1일 근로자의 날에 특근 형태로 출근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거제=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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