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개헌' 의욕 다지는 아베…"한반도 유사사태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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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반드시 역사적인 첫 걸음을 내딛겠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추진대회’에 참석해 연내 개헌 의지를 다시 한 번 강력히 내비쳤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중앙포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중앙포토]

초당파 여·야 의원들이 만든 개헌 모임이 주최한 정기 행사로 10회째를 맞는 동안 현직 총리가 참석한 것은 처음이라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2일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아베 총리는 “개헌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확실히 높아지고 있다. 헌법을 ‘불마(不磨)의 대전(大典)’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매우 소수가 됐다”고 개헌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을 자평했다.
이어 “이상적인 헌법의 구체적인 안을 자신을 갖고 국민에게 나타낼 때”라고 덧붙였다.
아베 정권 개헌안의 핵심은 ‘전쟁할 수 있는 국가’, 이른바 보통국가로 일본을 탈바꿈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모리토모학원 스캔들과 측근들의 잇단 실언 등에도 불구하고 50~60%대로 공고한 정권 지지율을 바탕으로 개헌을 밀어붙인다는 구상이다.

아베 "국민들, 개헌 관심 확실히 늘어" #높은 지지율 바탕, 연내 개헌 강행 의지 #日 국민 '안보 불안감 느낀다' 93% 달해 #개헌 지지 41% vs 개헌 불필요 50% #'현행 헌법 좋았다'는 응답도 89% 나와 #자위대 경항모 미 군함 방어작전 첫 실시 #"北 핵·미사일과 中 군사 팽창 견제" #남중국해 등서 조만간 다시 실시할 수도 #한반도 유사사태 대비, 해상 전력 강화 #경항모 4척…대잠 탐지 능력 탁월해 #"이지스함에 순항미사일 탑재할 수도" #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로 일본 국민의 안보 불안감은 최근 들어 고조되는 실정이다.
아베 정권의 개헌 논의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평화헌법 시행 70주년을 맞는 3일 헌법기념일을 앞두고 아사히 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국민 41%가 ‘개헌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해 지난해보다 4%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최근 일본 주변의 안보 환경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는 답변은 95%에 이르렀다.

그러나 ‘개헌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50%(지난해 55%)에 이르고, ‘현행 헌법이 일본에 좋았다’는 의견은 89%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부전(不戰) 조항’인 헌법 9조와 관련해선 63%(지난해 68%)가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안보 불안 심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화헌법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가 높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연내 개헌 의지가 현실화되기엔 넘을 산이 많다는 의미다.

이날 일본은 군사면에서 또 다른 첫 발을 내디뎠다. 해상자위대의 경항공모함인 이즈모함(1만9500t급, 헬기 14대 탑재 가능)이 미군 보급함을 방어하기 위해 출동(동영상)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군사력이 미군을 보호한 첫 조치다.
아베 정권의 염원으로 2015년 국회를 통과한 안전보장관련법(2016년 3월 시행)에 따른 새로운 임무 수행이다.
이 법에 따라 자위대는 평시에도 미 군함 등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또 자위대는 이러한 방어 임무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번 작전으로) 미·일 동맹의 연대가 강하다는 것을 드러냈다”며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에 대한 억지일 뿐만 아니라 군사적 긴장을 일으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작전은 일본 측 남해인 지바(千葉)현이 있는 보소(房総)반도 남쪽 해상에서 진행됐다.
앞으로 양측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작전 범위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충돌하는 남중국해에서 이른 시일 내 유사한 작전을 실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이즈모함 출동이 “미국의 요청에 따른 임무 수행”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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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평시 미 군함 방어 임무와 관련해 3가지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미·일 연합훈련 ▶미 해군 이지스함의 탄도미사일 경계 등 정보수집·경계감시활동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중요영향사태’ 시 미군의 수송·보급 활동 등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한반도 유사사태 발생 시에는 자위대가 미군 보호를 명목으로 적극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는 “해상전력은 한반도 유사사태 시 미·일 연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며 "자위대는 미국과의 임무를 병행하면서 (자체적으로) 함정 정비도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취역한 이즈모급 경항모 가가함(동영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자위대는 가가함을 포함해 모두 4척의 헬기 탑재 경항모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경항모는 한반도 유사사태 시 탑재한 헬기 등을 이용해 잠수함 탐색에 나설 수 있다.
미 해군 항공모함과 구축함 등을 북한 잠수함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다는 논리다.
냉전 시기 옛 소련을 상대로 키워온 자위대의 대잠 탐지 능력은 미군도 인정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당시 군 당국은 자위대 대잠 정보 공유를 협정 체결의 주된 이유로 꼽기도 했다.

일본은 현재 4척인 SM-3 요격 미사일 탑재 이지스 구축함도 8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SM-3 미사일로 요격(동영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계획과 맞물려 이지스함은 언제든 요격용이 아닌 타격용 함정으로 돌변할 수 있다.
현재는 토마호크 등 순항(크루즈) 미사일을 장착할 수 없지만 개조가 가능하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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