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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일자리 … 생활밀착 업무, 지자체로 빨리 넘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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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진호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모란 기자 중앙일보 기자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난달 말 지방분권 실현을 촉구하는 충북도의회 의원들. [사진 충북도의회]

지난달 말 지방분권 실현을 촉구하는 충북도의회 의원들. [사진 충북도의회]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의 지방자치분과 위원들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선 중앙정부에 편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경쟁력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력 대선후보들의 자치 발전, 지방분권 공약은 추상적이거나 다른 개발·복지공약보다 후순위다. 위원들은 대선후보들의 지방자치 인식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위원들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분권형 개헌, 행정체제 개편과 연계한 지방 재정자립도 향상, 생활밀착형 국가 사무의 신속한 지방 이양, 국회의 적극적 역할을 제안했다.

리셋 코리아 지방자치분과 제안 #행정 사무 중 27%만 지방서 주도 #40%까지 올려 실질 자치 이뤄야 #지역 특성 맞게 세제 자율성 필요 #국회 ‘지방분권’ 입법 신속 처리를

리셋 코리아 지방자치분과장인 권경석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정책자문위원장은 “지금 우리의 지방자치는 집행의 주체가 아닌 중앙의 위임을 받아 처리하는 수단에 불과한 허울뿐인 자치”라며 “이를 실질적 자치로 바꿔야 주민 생활이 편리해지고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4만6000개의 행정 사무 중 지방의 자치 사무는 27%인 1만2400개에 불과하다”며 “생활밀착형 사무를 신속히 이양해 지방 사무 비중을 40% 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들은 분권형 개헌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헌법의 지방자치 규정이 미흡하고 자치입법권이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정준현(지방자치법학회장)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에 ‘법령의 범위 안에서’(117조) 조례 제정 등 자치입법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며 “시행령을 빼서 법령이 아니라 ‘법률이 정한 범위 안에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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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 비중 무조건 높이는 건 신중해야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도 문제다. 2009년 53.6%에서 2015년 50.6%로 낮아지는 추세다. 우리나라 세금의 지방세 비율은 20% 정도다. 지방세 비중이 40%가 넘는 미국·독일·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지방세 비중을 무조건 높이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위원들은 지적했다. 이성근 영남대 지역·복지행정학과 교수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8대 2 정도인데 지출은 중앙이 40%, 지방이 60%”라며 “지자체들의 자체적인 재원 확충을 위해 지방소비세율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지만 합리적 수준의 배분은 연구 대상”이라고 말했다. 지방세 비중 확대가 빈익빈부익부라는 부작용을 만들 수도 있어서다. 서울 강남구 등 부자 동네는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지만 가난한 지역은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

임승빈(지방자치학회장)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획일화된 행정·조세체계보단 지역 특성에 따른 자유로운 행정 권한을 주면 자연스럽게 메트로폴리스(거대도시) 중심의 행정구역 개편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도 이에 맞춰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들은 “정부가 인구·지역 특성 등을 반영하지 않고 지자체들에 똑같은 조건을 적용하면서 지역의 자율·창의성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수원시는 125만 인구가 사는 대도시지만 경기도 산하 기초자치단체라는 이유로 117만 인구의 울산광역시보다 국회의원은 물론 공무원 수도 절반이다.

재난이나 안전·교육 등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까지 중앙정부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재난 문제도 안전 컨트롤타워가 중앙에만 존재할 뿐 피해를 본 지역과는 제대로 연계돼 있지 않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 생활밀착형 업무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국회와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생활밀착형 사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기 위한 ‘지방일괄이양법’ 제정은 2004년부터 구체화됐지만 지지부진하다. 권영주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역대 정부마다 지방자치를 강화하겠다며 각종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권력이 중앙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정부의 의지도 약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신윤창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헌법엔 지방자치에 관한 조항을 법으로 위임한다고 하는데 관련 법을 만들어 주지 않으니 지방자치단체들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는 사실상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염태정·신진호·최모란 기자, 김혜진(연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2) 인턴기자 yonni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