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했었나?" 정유라 지도교수와 김경숙 변호인 설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증인,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혹시 술에 취해 있어서 기억 못하는 거 아닙니까?” (김경숙 전 이화여대 학장 변호인)
“아까부터 계속 인신공격 하시는데, 자꾸 그러시면 제가 변호사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도 있어요.” (함정혜 이화여대 교수)

김경숙 전 이대 학장 변호인, 함정혜 교수 음주 취향 물고 늘어져 #"술 취해 있어서 최순실이 '교수 같지도 않은 게'라고 한 것" 주장

서울중앙지법 519호 법정에서 1일 열린 김경숙(62)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에 대한 ‘정유라 학사 비리’ 재판에서 김 전 학장 변호인과 증인으로 나온 함정혜(60) 이화여대 체육학과 교수가 설전을 벌였다. 함 교수는 연구실로 찾아온 최순실씨로부터 "교수 같지도 않은 게"라는 폭언을 들은 당사자다.

정유라메달

정유라메달

함 교수는 2015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정유라씨의 지도교수였다. 그는 2015년 1학기에 정씨가 수업에 나오지 않자 두 과목에서 F학점을 줬다. 함 교수는 이후 최씨와 통화하며 “학사관리를 하지 않으면 제적될 수도 있다”고 했고, 최씨는 “당신이 뭔데 우리 딸을 제적시키느냐”며 폭언을 퍼부었다.

지난해 3월 말 급기야 최씨는 함 교수의 연구실로 찾아왔다. 최씨는 “우리 딸을 제적시키면 고소하겠다. 교수 같지도 않은 게…”라며 폭언과 함께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함 교수는 김 전 학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고, 이후 지도교수가 교체됐다.

김 전 학장의 변호인은 함 교수에게 “평소에 술을 좋아하느냐”며 음주 성향을 물고 늘어졌다. 함 교수의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기 위한 전략이었다.

김 전 학장의 변호인은 “최씨는 함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났을 때 술에 취해 있어서 ‘교수 같지도 않은 게’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학장이 평소 함 교수의 음주 취향을 지적한 적이 있다고도 했다. 함 교수는 “최씨를 만난 게 수업을 마친 직후였는데 어떻게 대낮에 술을 먹었다고 생각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하지만 김 전 학장의 변호인은 함 교수가 특검 조사에서 했던 진술과 다르게 증언하는 것을 지적하며 재차 술 문제를 파고들었다. 함 교수는 이날 김 전 학장, 최씨와 통화하거나 만난 시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증인신문을 벌인 특검 관계자들이 난감해하기도 했다. 함 교수는 “내가 남자였다면 이렇게까지 술 문제를 물고 늘어졌겠느냐. 이건 분명한 성차별이다”고 화를 냈다. 양쪽의 공방은 재판장이 변호인에게 주의를 준 뒤에 멈췄다.

함 교수는 증언을 마치고 법정 밖에서 기자와 만나 “자기들이 빠져 나가려고 본질과 관계없는 개인적 기호를 문제 삼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이 연구실로 찾아오기 전까지 난 정유라나 최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김 전 학장이 ‘정윤회의 딸’이라고 해서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그는 “만약 김 전 학장이 정씨와 최씨에 대해 미리 내게 말을 해줬더라도 규정에 따라 정씨에게 F를 줬을 것”이라며 “김 전 학장도 이런 내 성격을 알고 있어서 나한테 말 못하고 자기들끼리 일을 꾸민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김 전 학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할 계획이었으나 함 교수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상보다 길어져 한 차례 더 변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