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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 보건 비상…건강 해치는 ‘황태자비’ 조심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미세먼지로 야외 활동 줄였는데, 모처럼 만의 황금연휴니깐 이젠 밖으로 나가야죠.”(직장인 조효정씨)
나들이하기 좋은 봄날, 5월 황금연휴를 맞아 집 밖으로 나서는 사람이 늘고 있다. 30도에 육박하는 봄볕이 이어지면서 해안 도시들은 나들이객들로 넘쳐난다. 제주도에는 지난달 28~29일 이틀 새 관광객 10만여명이 도착했는데, 이번 연휴 동안 50만명 이상이 다녀갈 전망이다.

그러나 모처럼의 휴식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에 불청객 ‘황태자비’(황사와 태닝ㆍ자외선, 비브리오패혈증균)가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봄철 황사와 태닝으로 인한 자외선 노출, 예년보다 빨리 창궐한 비브리오패혈증균이다.

지난달 30일 낮 최고 기온이 23도까지 오른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황금연휴를 즐기는 관광객들. 송봉근 기자

지난달 30일 낮 최고 기온이 23도까지 오른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황금연휴를 즐기는 관광객들. 송봉근 기자

①폐암까지 유발하는 황사…“마스크 착용 필수”

연휴 동안 울산의 시댁에서 3일간 머물기로 한 주부 황보윤(36)씨는 마스크는 물론 공기청정기까지 싸들고 갔다. 무거운 공기청정기를 들고가잔 말에 남편은 짐짓 불편한 기색이었지만 “몰려오는 황사에 어쩔 수 없다”고 설득했다. 황씨는 “우리 아이가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보단 이게 낫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황사의 영향으로 1일 전국의 미세먼지는 강원도ㆍ경상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이 ‘나쁨’ 수준이다. 황사와 미세먼지에는 질소산화물(NOx)ㆍ황산화물(SOx) 등 각종 오염물질이 포함돼 있어 장시간 노출될 경우 기관지 염증과 천식ㆍ폐렴ㆍ폐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천식 환자의 경우 호흡 곤란으로 발작 증상까지 일으킬 수 있으므로 KF(Korea Filter) 인증을 받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과 어린이들은 긴 팔 옷과 모자, KF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발을 씻고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황사에 포함된 바이러스나 세균이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면 감기로 번질 수 있다.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지면 기관지염이나 심할 경우 폐암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신속한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

②태닝 잘못하면 화상ㆍ피부암…“자외선차단제 꼼꼼히 발라야”

취직 후 첫 여름휴가를 떠난 직장인 최동아(27)씨는 휴가를 앞둔 지난달 자외선 차단제를 3통 구매했다. 최씨는 “최근 좋아하는 연예인이 태닝을 하다 화상을 입었다는 얘길 듣고 미리 자외선 차단을 사놨다”며 “태닝 관련 안전 수칙도 공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드럭스토어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달 1~17일간 자외선 차단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

5월 들어 초여름에 가까울 정도로 기온이 치솟고 고기압의 영향으로 파란 하늘이 열리면서 태닝을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러나 봄햇볕을 마냥 즐기기엔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자외선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일 자외선 지수는 전국이 ‘높음’ 단계였다. 오존 농도도 전 권역이 ‘나쁨’으로 관측되는 만큼 자외선 차단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태닝을 하려면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최대 30분 단위로 나눠서 조금씩 하는 게 좋다.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노주영 교수는 “자외선 노출로 발생하는 ‘광노화’는 1차적으로 검버섯ㆍ주근깨ㆍ기미 등 색소 질환을 일으키고, 장기간 누적되면 피부암이 생길 수도 있다”며 “나들이객들은 모자와 양산ㆍ자외선 차단제를 꼭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모제를 사용한 사람들은 최소 24시간 후에 일광욕을 해야 광(光) 과민반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③어패류 섭취로 전염되는 비브리오패혈증…당뇨병 환자 감염시 치사율 50%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30일 올해 첫 비브리오패혈증 감염 환자(52ㆍ남)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비브리오패혈증균은 주로 바닷물 온도가 18~20°C로 상승하는 여름철에 발생하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1~2개월 빨랐다. 특히, 4월에 환자가 발생한 것은 17년 만에 처음이다.

비브리오패혈증은 어패류를 날것이나 덜 익힌 상태로 먹거나 어패류ㆍ바닷물ㆍ갯벌에 들어있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이 피부 상처에 접촉됐을 때 감염된다. 어패류를 먹지 않아도 바닷물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병에 걸리면 급성 발열이나 오한, 혈압 저하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24시간 안에 다리에 발진ㆍ수포 등이 생긴다. 간 질환자와 알코올 중독자, 당뇨 환자가 걸리면 치사율이 50%나 된다.

황금연휴와 겹쳐 발생한 탓에 바닷가로 떠나는 직장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난 공무원 김성호(27)씨는 “해산물을 잔뜩 먹고 올 예정이었지만, 비브리오균이 번졌다는 얘길 듣고 포기했다. 바닷물에서 실컷 노는 것도 다음으로 미뤄야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해산물을 날로 먹거나 덜 익힌 상태로 먹지 않아야 하며 될 수 있으면 회를 먹지 않는 게 좋다. 피부 상처가 있으면 바닷물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전국 13개 국립검역소와 각 지방자치단체 보건소에서 비상방역 근무 체계를 운영한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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