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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짜리 럭셔리 자동차가 상하이로 간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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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참석 차 들른 상하이, 마지막 날(4월 22일)은 토요일이었다. 무엇을 할까? 신천지에 가서 홀로 맥주를 즐겨볼까, 황푸(黃浦)강 바라보며 커피를 한 잔 할까? 아니면 모두 귀찮은데 그냥 호텔에서 뒹굴다 비행기 타러 갈까…

2017 상하이 모터쇼 현장 취재 #중국 로컬 자동차의 맹 활약 #해외 고급 브랜드 총 출동 #세계 최고 자동차 클러스터 형성 중

이임을 하루 앞둔 한석희 상하이 총영사가 옆구리를 툭 친다.

한 소장, 상하이 모터쇼 지금 하고 있잖아요. 거기 다녀가시죠. 아마 한 소장이 특파원 생활할 때 하고는 많이 다를 겁니다. 독자들에게 생생한 얘기도 전해주시고…

그렇게 '2017 상하이 모터쇼' 취재가 시작됐다.

상하이자동차 룽웨이 브랜드 전시 무대 [출처: 차이나랩, 이하 동일]

상하이자동차 룽웨이 브랜드 전시 무대 [출처: 차이나랩, 이하 동일]

로컬(중국)기업, 전시관을 장악하다

1호 관은 역시 상하이의 자부심 '상하이자동차(上汽)그룹'이 차지하고 있었다. 무대에는 미녀가 돌고 있었다. 상하이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룽웨이(榮威)브랜드 자동차가 무대 중앙에 놓여있었다. 뒤편 거대 디스플레이에는 룽웨이 선전 영상이 흘러나오고, 미녀들은 자동차를 오가며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상하이VW(上海大衆), 상하이GM, 상하이GM우링, Buick, Chevrolet, Cadilac…상하이자동차그룹이 생산하고 브랜드는 많다. 그중에서도 룽웨이 브랜드 승용차를 강조하고 싶은 이유는 뭘까...

그 이유를 알면 상하이 자동차의 역사를 대충 알 수 있다.

상하이에 자동차가 처음 들어온 건 1901년이었다. 이후 상하이가 국제도시로 성장하면서 자동차는 늘어났고, 공산화되기 직전 약 3만 대가 굴러다니고 있었단다. 아시아의 자동차 도시라고 할만했다. 물론 모두 수입해온 차다. 자동차가 있으면 수리점이 있어야 하는 법, 1910년 프랑스 조계지에 상하이엔진공장(上海汽车发动机厂)이라는 이름의 자동차 수리센터가 생겼고, 그게 성장하고 성장해 오늘의 상하이자동차로 발전했다.

상하이자동차그룹 전시장

상하이자동차그룹 전시장

상하이자동차는 현대 중국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주역이다. 이 회사는 1984년 폭스바겐과 합작으로 만든 상하이VW을 만든다. 그게 시작이었다. 중국은 ‘시장 줄 테니 기술 다오(以市场换技术)’전략으로 외국 기술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상하이자동차그룹은 2000년대 초 미국 GM과 손잡기도 했다.

그런 식이다. 광저우자동차(廣汽)는 혼다와, 우한의 동펑(東風)은 프랑스 지트로앵과, 베이징자동차(北汽)는 현대와, 창춘의 이치(一汽)자동차는 폭스바겐 등과 각각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시장을 주고 말이다.

메이저 자동차 메이커 5:  상하이의 상치(上汽), 창춘의 이치(一汽), 우한의 둥펑(東風), 광저우의 광치(广汽), 베이징의 베이치(北汽) ....이 밖에도 지리(吉利), 화천(華晨), 창청(長城), 장링(江鈴), 치루이(奇瑞) 등의 로컬 메이커가 있다.

룽웨이는 상하이자동차가 그동안 축적한 기술로 독자 개발한 모델이다. 상하이VW이 외부에서 데려온 양아들이라면, 룽웨이는 자기가 직접 낳은 친자식인 셈이다. 그런데 이놈이 싹수가 있다. 알리바바와 함께 만든 이 자동차는 알리바바가 개발한 첨단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고, 알리바바의 모바일 기술을 흡수했다. 핸드폰으로 작동하고, 알리페이로 주유를 하는 식이다. 기존 자동차 기술에 중국 IT기술을 융합한 것이다. 외국 기술을 베끼는데 주력했던 중국 자동차 회사가 이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기술을 장착하고 있다. 작년 30만 대를 팔았고, 올해는 50만 대를 목표로 한단다.

중국에 자동차 산업은 멀고도 먼, 도저히 서구 기업을 따잡을 수 없는 분야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한 번 해볼 만한 영역이라고 입맛을 다시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 대수가 미국을 따라잡은 건 2010년이다. 그후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총 생산량은 2812만 대, 1750만 여대를 기록한 미국을 1000만 대가량이나 웃돌았다.

지리자동차 전시장

지리자동차 전시장

질적인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룽웨이는 그걸 상징하는 브랜드다. '기술과 시장의 맞교환 작전'이 효과를 보고 있다. 볼보(Volvo)를 인수한 지리(吉利)자동차는 "모든 지리자동차는 볼보 기술과 다르지 않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정부는 "가솔린 자동차는 늦었지만,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분야에서는 기술 주도국이 되겠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더 무서운 건 중국 내에서 자동차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하이(上汽), 창춘(一汽), 우한(东风), 광저우(广汽), 베이징(北汽)등에 거대 자동차 단지가 형성된다. 이들 지역은 부품에서 완성차에 이르기까지의 완결된 생산체제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만 하더라도 도입 때 부품의 70%를 한국에서 가져왔지만, 이제는 거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달한다. 엔진도 중국에서 만든다. 10년 후 세계인들은 디트로이트가 아닌 상하이, 또는 창춘을 세계 최대 자동차 공업도시로 꼽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상하이에서 특파원 생활을 할 때만 하더라도 상하이 모터쇼의 완성차 전시장은 2~3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8개에 달했다. 그것도 1,2,3,4,5호 관까지는 중국 업체와 그 산하 합작사가 채웠다. 중국 자동차 회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이치 전시관

이치 전시관

외국 브랜드의 경연, 그들은 왜 상하이로 몰렸나

전시관은 뒤로 갈수록 더 화려했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외국 자동차 업체 전시관이 뒤로 몰려있는 때문이다. 특히 8호 관은 핫플레이스였다. 그곳에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가 전시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차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

이탈리아 아이코나가 제작한 ‘볼케이노 티타늄’이 주인공. 값이 무려 6680만 위안, 우리 돈 110억2200만 원이다. 6.2L, V8엔진을 썼단다. 1000마력, 시속 96km까지 올라가는데 2.8초면 된단다. 최고 속도는 354km. 그걸 보려고 8관 앞에는 언제나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설마 팔려고 내놓은 건 아니겠지? 아냐, 그래도 저걸 사는 사람은 중국인밖에 없을 거야…

관객들이 쑥덕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여왔다.

6관과 8관은 대부분 외국 브랜드 차량이 꽉 잡고 있다. 아우디, 캐딜락, BMW, 링컨콘티넨털, 렉서스, 재규어, 볼보, DS… 세상의 고급 차량은 다 모여있는 듯싶었다.

아우디 전시장

아우디 전시장

그들은 왜 이곳에 모인 걸까? 답은 하나, 그곳에 시장이 있으니까 온 거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모두 2803만 대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도로에서 굴러다니는 차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한 해 2800만 대 이상이 팔리는 곳, 그곳을 놓치고는 자동차의 미래를 논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시장에서 밀리면 3류 자동차 업체로 전락하니까, 죽어라 달려드는 것이다. 그게 바로 2017 상하이 모터쇼가 보여주는 역학이다.

링컨콘티넨털

링컨콘티넨털

이거요? 50만 위안(약 8250만 원)정도 합니다. 오늘 3대 가계약했습니다.

링컨콘티넨털 전시장에서 만난 딜러 펑허(馮核)씨의 설명이다.

기술 추격에 매진해왔던 로컬 업체들은 서서히 기술 독립을 이뤄나가고, 부품업체들은 공급선을 따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마이카 꿈에 부풀어있고, 외국 메이커들은 그 소비자를 노리고 달려든다. 거대한 자동차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고, 그 속에서 공급체인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바로 우리 이웃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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