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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집중 서버 벗어난 분산 처리로 안전하고 효율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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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호 면

[IT는 지금] 네트워크 생태계를 바꾸는 블록체인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해 안전성이 뛰어나지만 개인별 온라인 지갑의 비밀번호를 잃어버릴 경우 되찾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Shutterstock]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해 안전성이 뛰어나지만 개인별 온라인 지갑의 비밀번호를 잃어버릴 경우 되찾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Shutterstock]

 지난 4월 23일 프랑스 대통령 1차 선거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투표에서 특이한 점은 5년 전처럼 인터넷 전자투표가 허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이버 공격을 우려해서다. 이 때문에 외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들은 지정된 장소로 가서 투표해야 했었다. 전자투표에 대한 보안 문제는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주제다. 네트워크로 외부와 연동돼 있어 해킹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전자투표는 불투명하다. 투표 결과를 중앙 서버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내부에서 투표결과를 위조·변조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국내에서는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 이후에는 전자투표 도입이 실현될 지도 모른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기기에 정보 기록하고 대조 #서버 해킹으로는 위변조 불가능 #비트코인 확산으로 대중화 진전 #전자투표·IoT 등으로 확산 기대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투명성과 안정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여러나라에서 전자투표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2014년 스페인에서는 블록체인을 도입한 전자투표 ‘아고라 보팅(Agora Voting)’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 자유당의 텍사스 주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했다. 국내에서도 행정자치부가 지난 22일 주최한 ‘전자정부 정책 토론회’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투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효율적인 통신망 활용에도 장점

지난해 4월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프라이머리에서 유권자 한 사람이 전자투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4월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프라이머리에서 유권자 한 사람이 전자투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성은 전자투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물인터넷(IoT)·의료·에너지·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그래서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을 미래를 바꿀 유망 기술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언스트앤영은 “블록체인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는 기업들은 과거 온라인 뮤직스토어를 받아들이지 않은 음반회사들처럼 시대에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래학자 제롬 그랜저와 박영숙은 ‘유엔 미래보고서 2050’에서에서 10대 미래 유망 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선정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IT 전문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8%는 “2025년까지 전 세계 지역총생산(GDP)의 10%가 블록체인에 의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될까? 블록체인은 전자화폐 ‘비트코인’ 등장과 함께 널리 알려지게 됐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의 개발자가 2008년 내놓은 비트코인 논문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비트코인에서는 발생한 모든 거래내용을 기록하고 모든 참여자가 이를 공유한다. 이는 중앙집중형을 강조하는 클라우드 방식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클라우드는 중앙에서 모든 정보를 받아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중앙 서버에서 모든 정보를 담기 때문에 사용자 기기에 저장할 용량을 줄여 준다. 반면 블록체인은 중앙서버 자체가 없다. 다시 말해 중앙관리자가 없다. 블록체인 분산원장에 기록된 정보들을 참여자 모두가 공유하고 있으므로, 참여자가 곧 관리자다. 그래서 IBM은 ‘기기 민주화(Device Democracy)’ 보고서에서 블록체인이 중앙 서버의 지배하에 있는 기기들을 민주화한다고 평가했다. 사물인터넷 관련 회사인 포스트스케이프는 네트워크 구조가 클라우드 기반에서 블록체인 기반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록체인은 우수한 보안성을 자랑한다. 원장 위변조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블록체인은 발생한 모든 내용은 개인 원장에 기록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원장 정보들을 대비해 확인한다. 원장들 사이에서 비대칭이 발생하면, 다수에 따라서 모든 정보를 수정한다. 그래서 해커가 원장 정보를 위변조하려면 참여자들의 절반을 초과한 수의 원장을 동시에 고쳐야 한다. 그런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해커는 절반 이상의 참여자들을 알아야 하고, 동시에 해킹할 수 있는 매우 우수한 수퍼컴퓨터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의 암호화 인증방식은 참여자를 통신 도청과 거래사기 위협에서도 안전하게 보호한다. 블록체인은 인증된 참여자들끼리만 통신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나 인증방식은 복잡한 암호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외부에서 접근하거나 중간에 통신을 가로채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블록체인의 특성은 사물인터넷 기기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외부 개입 없이 인증된 기기끼리만 정보를 주고받는다면, 통신망 외부의 해커가 악성코드를 사물인터넷 기기에 유포할 방법이 사라진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10만여 대의 사물인터넷 기기를 해킹해서 85개 호스팅 업체에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 공격을 했던 것 같은 사태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다.

보안 측면의 특성 외에도 통신상의 효율성을 가져오는 장점도 있다. 클라우드 방식에서 기기들끼리 통신할 때는 중앙 서버를 거쳐야 한다. 바로 옆에 있는 기기와도 통신할 때도 멀리 있는 클라우드 센터를 우회해서 접속통신해야 한다. 이는 통신의 비효율성을 일으킨다. 반면에 블록체인은 중앙센터가 없다. 그래서 바로 가까이에 있으면, 직접 통신하면 되기 때문에 효율적인 통신이 가능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저장공간 문제

금융권에서는 이미 블록체인이 열풍이다.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스마트 계약’에 집중하고 있다. 골드만삭스·JP모건 등 글로벌 40여 개 이상의 금융피사들은 R3CEV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국내의 경우 KEB하나은행·신한은행·KB국민은행 등이 참여한 상태다. R3CEV의 목적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은행 간의 거래를 자유롭게 하는 국제 금융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참고로 R3CEV에 활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참여해 개발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에서도 열풍이다. IBM은 이미 사물인터넷을 위한 블록체인 오픈 플랫폼을 공개해 배포 중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IFA에서 스마트 가전제품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연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사물인터넷 통신을 위한 컨소시엄도 구성되고 있다. 사물체인(CoT, Chain Of Things)가 대표적인 예다. 이외에도 앞서 살펴본 전자투표를 비롯해 이메일 인증, 자동차 관리, 저작권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할 전망이다.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위해서 사업적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한계점이 남아 있다. 그중 가장 큰 걸림돌이 저장공간 문제다. 모든 발생 정보는 개인 기기에 저장된다. 계속 정보가 저장된다면, 개인의 입장에서는 저장공간이 부담될 수 밖에 없다. 참고로 비트코인의 경우 거래 정보만 용량이 50기가바이트(GB)가 넘는다. 그리고 비트코인 거래 정보는 계속 누적돼 용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통신들은 저장공간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물인터넷에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다. 사물인터넷 기기들은 저사양인 경우가 많아서 저장 용량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적 관점에서 해결할 방법은 한 가지다. 거래정보 용량을 줄이고 저장장치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외에도 블록체인 표준 통신 규격이 정해지지 않은 것도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블록체인은 초창기 단계에 있으므로 통신 규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에 통신호환을 어렵게 한다. 블록체인 확산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은 보안에 뛰어나지만 사용자가 본인을 인증하는 방법에는 다소 취약하다. 지난 27일 비트코인 중개 거래소 ‘야피존’이 해킹당해 3831비트코인(약 55억원)의 손실을 봤다. 회원들이 거래소에 맡겨놓은 총 자산의 37%다. 블록체인은 익명의 ‘키’를 기반으로 본인을 인증한다. 키가 유출되더라도 시스템에는 이상이 없지만, 해당 키를 갖고 있던 사람은 비트코인을 다시 찾을 수가 없어 치명적이다. 이번 사태는 돈을 맡겨놓은 은행이 털린 것과 비슷하다. 일반적인 계좌라면 거래 기록을 토대로 피해 보상이 가능하지만 조세피난처의 익명계좌라면 피해 사실조차 확인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주요 비트코인 중개업체들은 키 해킹을 막기 위한 강력한 보안을 갖추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도 많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블록체인을 제공하는 사설업체의 경우 키 관리 방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개인에게 안전을 제공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처럼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아직 많은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이는 블록체인이 미성숙 단계에 있어서지,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한계점들을 극복한다면, 블록체인은 인터넷 민주화를 불러올 새로운 플랫폼으로 주목받을 것이다.

유성민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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