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최순실,박 전 대통령 지키려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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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후원 강요 사건 재판에서 최순실씨와 장시호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28일 열린 세 사람에 대한 피고인 신문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다.

최씨는 “장씨와 김 전 차관이 잘 통해서 영재센터와 관련된 연락을 주고 받았다. 김 전 차관이 영재센터에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줬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영재센터에 16억여 원의 후원금을 준 것 역시 김 전 차관이 주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씨 자신은 삼성을 거론한 적도, 후원금을 강요한 적도 없다는 취지다. 그는 “영재센터의 설립 취지를 설명하면서 ‘후원할만한 곳을 찾아봐달라’고 했더니 김 전 차관이 삼성을 언급하며 ‘후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날 법정에서 “영재센터 사업소개서를 김 전 차관한테 준 것으로 기억한다”는 발언도 했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에선 나오지 않았던 말이다.최씨가 이같은 발언을 한 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를 단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과 특검팀은 최씨가 영재센터의 사업소개서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바탕으로 2015년 7월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독대하면서 영재센터 후원금을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최씨의 조카 장씨는 이같은 주장을 모두 반박했다. 장씨는 “이모(최씨)가 새벽에 김 전 차관으로부터 전화를 받더니 ‘삼성 후원 소문 내고 다녔냐’며 혼을 내고 파일로 머리도 때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그 때 김 전 차관이 전화했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박 전 대통령과 통화한 걸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법정 상황을 놓고 법조계에선 “최씨에게 책임을 떠넘겨야 하는 장씨의 입장에선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전 차관 역시 “최씨가 직접 ‘기업 후원을 알아보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최씨가 장씨를 도와주라고 해서 도와줬을 뿐이다. 아마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을 보호해주려고 잘못된 진술을 하는 것 같다”며 최씨 탓을 했다. 그는 과거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일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고 이춘상씨의 부인 취업을 청탁한 사실도 공개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사건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영재센터와 누림기획, 더스포츠엠의 설립자를 장씨에서 최씨로 바꾸고, 삼성에 대한 영재센터 후원 강요 혐의에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추가했다.

재판부는 당초 이날 재판을 마무리하는 결심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공범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남아있어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 재판부는 “공범인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선고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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