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 실험실은 특허 전쟁 중…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 경쟁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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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에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최근 미국에서는 신기술에 대한 '특허 전쟁'이 한창이다. 특히 첨단 연구 성과를 내는 대학 실험실도 '무한 경쟁' 특허전(戰)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 특허청은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둘러싼 매사추세츠공대(MIT)·하버드대와 UC버클리 간의 특허 분쟁에서 MIT·하버드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UC버클리는 유럽으로 방향을 돌렸고, 결국 올 3월 말에 유럽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먼저 승인받았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일러스트=박용석]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일러스트=박용석]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의 원하는 부분을 잘랐다 붙일 수 있는 기술이다. 난치병 치료나 기후변화에 강한 농작물 개발 등 활용도가 다양해 생명공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발명 중 하나다. 이 기술의 시장 규모는 2022년까지 최소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 분쟁은 '대학 대 대학'뿐만 아니라 '대학 대 기업' 사이에서도 활발하다. 2012년 미국 카네기멜런대는 마벨테크놀로지사가 디스크드라이브의 소음 저감 기술을 침해했다며 특허 소송을 벌였다. 당시 소송 배상금은 11억69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침해를 둘러싼 특허 분쟁 때보다 큰 규모다.

[일러스트 강일구]

[일러스트 강일구]

2015년 위스콘신대는 애플과의 특허 소송에서 승소해 2억3400만 달러를 배상받게 됐고, 사우스플로리다대도 올해 미 국립보건원(NIH)을 상대로 특허 분쟁 중이다.

지난해 세계 특허분쟁 소송은 4520건으로 2015년보다 22% 정도 줄었다. 하지만 이 중 90%가 대학과 벤처의 특허를 보유한 '특허 괴물'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동민 남촌 대표변리사는 한국경제에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연구 시작 단계부터 강력한 기술을 발굴해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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