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새 정부 출범 앞두고 보란듯이 사드 전격 배치

중앙일보

입력

주한미군이 26일 새벽 전격적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를 경북 성주골프장에 배치했다. 정부가 지난 20일 사드 배치 부지를 주한미군측에 공여한 지 6일만이다.

사드 장비의 한국 전개(3월 6일 시작) → 주한미군 부지 공여(4월 20일 완료) → 환경영향평가 실시 및 시설 공사 → 사드 작전운용 돌입 순으로 진행되는 사드 배치작업이 물리적으로 새 정부 출범(5월 10일) 이전에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완전히 깨진 것이다. 현재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시설 공사는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이날 배치된 사드 장비는 AN/TPY-2 레이더 1대, 미사일 발사대 2기, 발사통제장치 등 핵심 장비들이다. 이 장비들의 연결 작업만 마무리되면 이르면 다음달부터라도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요격작전이 가능하다.

미 국방부는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우리는 방어적인 무기체계인 사드의 한국 배치를 최대한 조속히 완료하기 위해 대한민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는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 국민과 한미동맹 전력을 방어하기 위한 핵심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도 “이번 조치는 가용한 사드 체계의 일부 전력을 공여부지에 배치해 우선적으로 작전 운용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 소식통은 ”주한미군이 장비를 연결한 뒤 테스트를 마치면 곧바로 사드는 작전운용에 들어갈 수 있다”며 “이르면 다음달 사실상 사드 배치가 완료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하반기에 추가로 미사일 발사대와 미사일이 반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의 전광석화같은 사드 배치는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압박이 여전히 진행중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달초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중간 협력 무드가 무르익으면서 최근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대북한 압박 독려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한반도 사드 배치가 보란듯이 마무리됨에 따라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시진핑 주석에게 계속 보내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10일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현재와 다를 수있다는  점도 사드 배치를 서두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드 배치를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수준까지 기정사실화 하겠다는 얘기다.

지난 25일 중앙일보ㆍJTBC 주최 대선주자 합동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에서 결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상황이 바뀐 만큼 사드는 배치해야",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위중한만큼 조기 배치해야”는 입장을 각각 밝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사드 배치는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가 아니라는 점을 이번에 명확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교수는 이어 "한국의 새 정부는 사드가 이미 배치된 상황에서 새로운 한중관계 개선을 모색할 수 있고, 이는 사드 문제와 별개로 한중관계 회복을 꾀해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도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차세현ㆍ이철재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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