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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게] 전국에 번지는 '사랑의 점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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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제 지방에서도 아름다운 가게와 만나요."

서울에서만 매장 세 곳을 운영해온 아름다운 가게(공동대표 박성준.손숙)가 인천과 경기도 안산 등 수도권으로 가게를 넓히고 있다. 연말까지는 대전.부산 등 지방 대도시에도 매장을 열 예정이다.

아름다운 가게에는 상설 매장을 기부하려는 전국의 사업가.정치인.부동산 임대업자.병원장 등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 재활용과 나눔 운동에 동참하려는 사람들이다.

쓰지 않는 물건을 기증받아 자원활동가들이 손질해 되파는 아름다운 가게는 살림살이가 빠듯할 수밖에 없다. 중고물품을 싼값에 파는 데다 수익금도 불우 이웃에게 나눠주기 때문에 가게 임대료를 지불하거나 매장을 내기가 쉽지 않다. 아름다운 가게가 뜻있는 재력가들에게서 매장을 기증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운영 중인 매장 세 곳도 안국점은 엄상익 변호사가, 삼선교점은 금강장학재단 이사장 홍명희씨가, 독립문점은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기증해 문을 열었다. 아름다운 가게는 18일 휘경점, 다음달 1일 서초점, 5일 신대방점 등 서울에서 매장 세 곳을 여는 등 올해 안으로 전국에 매장 10여곳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수도권으로 확산=오는 28일 경기도 안산시 본오3동 상록수역 근처에 아름다운 가게 '안산 상록수점'이 문을 연다. 이 지역 정치인(51)이 40여평 매장의 임대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했다. 월 임대료는 가게 수익금으로 마련한다.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기증자는 "안산은 공단 배후도시로 외국인 근로자와 서민층이 많아 아름다운 가게가 들어오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단순히 중고품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라 주민 생활문화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에 들어서게 될 '인천 갈산점'은 두 초등학교 동창생이 뜻을 모았다. 본지를 통해 아름다운 가게 소식을 접한 진종성(52.부평구 갈산동)씨는 지난 6월 초등학교 단짝이던 이종성(52.부평구 갈산동)씨에게 "나이도 들어가는데 좋은 일 해보자"며 李씨 소유 건물 빈 공간을 매장으로 기증할 것을 권했다. 李씨가 기증한 갈산역 근처 지하 1층 80여평은 매장과 작업장.창고로 쓰이게 된다. 13대째 부평에 살고 있는 李씨는 "이웃돕기 성금을 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아쉬웠다"며 "일단 5년 무상 임대해 주기로 했지만 가게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어떻게 비워달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갈산점은 현재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할 기부자를 찾고 있다.

◆대전.부산도 준비 중=대전시 중구 오류동에서 가구판매점 '가구플러스'를 운영하는 전철씨가 자신의 1, 2층 가구 매장 가운데 2층 3백평 공간을 기증해 마련되는 아름다운 가게 '대전 서대전점'은 오는 11월 개장이 목표다. 전씨는 "평소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대전에도 매장이 있으면 많은 주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기증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병원을 운영하는 유정근(41)씨가 매장과 창고 임대료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아름다운 가게는 '부산점' 장소 물색에 나서는 등 연내 개장을 목표로 서두르고 있다.

◆매장 기부는 어떻게=주택가에 가까운 25평 이상 공간으로 유동 인구가 많으면서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이 쉬운 곳이 좋다. 매장 한 곳을 여는 데 평균 1억5천여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므로 기업이나 개인이 홀로 또는 십시일반으로 기부할 수 있다. 매장 임대료나 보증금.인테리어 비용만을 지원할 수도 있다. 매장 기증자는 명예점장이 돼 판매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에 나눠주는 배분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아름다운 가게의 각종 공익 활동에 동참할 수 있다. 02-3676-1004.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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