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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청년들, 답답한 미래에 답을 내놓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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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24일(현지시간) 개막한 2017년 TED 무대에 미국 교육 사회단체 PMP를 만든 카림 아부엘나가가 등장해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 TED의 주제는 ‘미래의 당신’이다. [사진 TED]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24일(현지시간) 개막한 2017년 TED 무대에 미국 교육 사회단체 PMP를 만든 카림 아부엘나가가 등장해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 TED의 주제는 ‘미래의 당신’이다. [사진 TED]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의 카림 아부엘나가(26)는 2009년 동부의 명문 코넬대 합격통지서를 받고 “난 운이 좋아”라고 생각했다. 그가 다닌 고등학교에선 코넬대 입학자는커녕 대학 진학자 자체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입학한 뒤 주변을 둘러보니 단순히 운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부유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대학 진학 편차가 너무 뚜렷했다. 공교육 시스템이 무너진 까닭에 소득에 따른 교육격차가 컸다.

2017 TED 밴쿠버서 개막 … 올해 주제는 ‘미래의 당신’ #코넬대 출신 아부엘나가, 교육 격차 해소에 큰 기여 #알츠하이머 백신 개발자 포함 펠로 15명 연단에 #일론 머스크, 세리나 윌리엄스도 연사로 참여해

뭐라도 해야 했다. 아부엘나가는 자신을 포함해 코넬대 2학년생 6명이 의기투합해 PMP(Practice Makes Perfection)란 교육단체를 만들었다. 아부엘나가를 포함해 이 중 3명은 뉴욕에서 가장 분위기 험악한 고등학교의 졸업생이었다.

이들은 일시적 동정이 아닌 공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교육계 고위층, 유명 보딩스쿨(사립 기숙 중등학교) 출신이 만든 교육 보조 정책은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주자’는 취지로 마련된다. 그들이 공립학교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MP가 제시한 해법은 거창하지 않았다. ‘여름방학 알차게 보내기’가 핵심이다. 여름방학 석 달 반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1년 배운 것을 잊어 새학기 시작 후 약 6주를 허비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PMP는 저소득층 초등학생·중학생을 공부 잘하는 그 동네의 고등학생과 이어주었다. 막연하게 농구선수나 ‘부자’가 되는 게 꿈이었던 아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형·누나를 롤 모델로 삼아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성장하던 PMP는 지난해 비영리단체로 재출범하면서 다시 한번 도약한다. 올해엔 뉴욕시에서 3000명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예정이다. 클린턴재단을 비롯해 여러 유명 사회단체와 록펠러 가문 등 1000여 명의 기부자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공로로 PMP의 대표 아부엘나가는 24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막한 ‘2017 TED’에서 ‘올해의 펠로(Fellow) 15인’으로 선정돼 무대에 섰다.

올해 TED가 고른 신입 펠로에는 아부엘나가 외에 미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청년들이 선발됐다.

우울증·알츠하이머 같은 정신적 질환 백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정신질환 연구의 문샷(Moon Shot·달에 갈 탐사선을 만드는 것과 같은 혁신적인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은 뇌과학자 레베카 브래크만도 그중 하나다. 그는 여러 질환을 위한 백신이 개발되고 있지만 세계에서 3억5000만 명이 고통받는 정신질환 백신엔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믿을 수 없는 먹거리로 13억 명이 불안해 하는 중국에서 유기농 생산자를 찾아 안전한 식재료를 온라인으로 파는 마틸다 호도 미래지향적 목표로 주목받았다.

펠로 제도는 “젊은 영웅을 수퍼 영웅으로 만드는 ‘망토’를 제공하는 제도”라는 게 TED 측 설명이다. 다양한 형태의 재원과 함께 TED의 전 세계 네트워크를 동원해 이들을 도울 인사들과 연결해 준다. 2009년 시작된 이래 선발된 TED 펠로는 91개국 415명에 달한다.

2017 TED 주요 강연자 일정

2017 TED 주요 강연자 일정

2017 TED가 선택한 주제는 ‘미래의 당신(The Future You)’이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지구에서 인간의 지위가 위협받는다고 여겨지는 시대에 대한 질문이다. 각 분야의 정상에 선 인물을 초대해 이들이 상상하는 미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동시에 풀어낸다.

TED 강연법으로 널리 알려진 6~18분짜리 강렬한 강연을 선보이는 올해의 연사는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청중은 46개국에서 약 1800명이 모였다. 중앙일보는 국내 언론사로 유일하게 2017 TED에 참여하고 있다.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서 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을 주제로 공유할 만한 정보를 나누는 작은 모임으로 시작한 TED는 2006년부터 강연을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실험으로 21세기의 ‘연설 르네상스’를 열었다.

1996년부터 TED를 맡아 행사를 총괄해 온 크리스 앤더슨 대표는 “올해의 주제는 ‘미래의 당신’이지만 궁극적으로 ‘미래의 우리(The Future Us)’를 묻는 자리다. 우리 시대가 당면한 가장 도전적인 질문에 대해 묻고 답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밴쿠버=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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