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당 학술상] "병원 시스템 만드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후배들이 추억하는 의당 김기홍 박사  

의당 김기홍 박사를 가까이에서 봤던 사람들은 한국 진단검사의학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큰 산으로, 때로는 엄하지만 자상했던 스승으로, 시대를 앞서간 병원경영자로, 헌혈운동을 전개한 시민 운동가로 기억한다. 의학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만큼 많은 공적을 남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당이 한양대에서 봉직하는 동안 그와 인연을 맺은 세 명으로부터 의당에 대해 들어본다.

고영혜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교수

“환자 진단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의당 선생은 진단검사의학의 기초를 다져 진단의 질을 높이신 분입니다.”

고영혜(사진)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교수는 의당 김기홍 박사가 당시 불모지와 같았던 병원 분야에서 시스템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신 훌륭한 분이라고 회고했다.

고 교수는 “의당 선생의 노력으로 지난 1984년 진단검사의학이 임상병리학에서 독립하게 됐다”며 “진단검사의학이 우리나라 의학의 핵심 분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병원에서 진단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가 병원에 처음 오게 되면 몇 가지 검사로 어느 정도 병을 예측은 하지만 최종 결정은 진단검사의학이 바탕이 되어 나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현재 의당 선생의 제자들이 국내 유명 병원의 병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등 우리나라 의료계의 기둥이 됐다”며 “의당 선생이 더 오래 사셨다면 후배들의 일을 많이 도와주었을 것”이라며 이른 나이에 타계한 것을 아쉬워했다.

고 교수가 의당과 인연이 시작된 것은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지난 1984년 3월에 한양대 병리학교실 전임강사로 부임하면서부터다. 또 고 교수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모자원 고개 골목길에 있던 의당의 집과 한동네에서 살았던 인연도 있었다고.

“당시 의당 선생은 병원장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자주 볼 수 있는 경험은 없었지만, 학회에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발표하던 모습은 또렷하게 기억이 나요. 또 남편이 한양의대 출신이라 학생 때 의당 선생으로부터 강의를 들었다고 해요. 평소에는 엄하셨지만,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강의를 해서 학생에게 인기가 높았던 교수님이셨어요.”

고 교수는 지난 2015년 유전체 연구로 의당 학술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최초로 사람의 세포를 이용해 악성림프종의 특정 유전체를 분석해서 그 기능을 연구해 국제적인 학술지인 네이처에 등재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연구는 암치료 타깃 발견을 위한 유전체 연구로 지금도 암 극복을 목표로 계속 진행중 이다.

송덕순 객원기자 song.deoks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