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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당신, 미래의 우리를 묻는다 2017 TED 개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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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의 카림 아부엘나가(26)는 2009년 동부의 명문 코넬 대학 합격통지서를 받고 “난 운이 좋아”라고 생각했다. 그가 다닌 고등학교에선 코넬대는커녕 대학 진학자가 자체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입학한 뒤 주변을 둘러보니 단순히 운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부유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의 입학 편차가 너무 뚜렷했다. 공교육 시스템이 무너진 까닭에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가 컸다.

24일 밴쿠버에서 TED 새 펠로 발표로 행사 시작 #교육격차, 정신 질환, 미래 문제 도전 신입 펠로 15명 #일런 머스크, 세레나 윌리엄스 유명 인사 90명 연사로

뭐라도 해야 했다. 아부엘나가 등 코넬대 2학년생 6명이 의기투합해 PMP(Practice Makes Perfection)란 교육단체를 만들었다. 아부엘나가를 포함해 3명은 뉴욕에서 가장 분위기 험악한 고등학교의 졸업생이었다.

이들은 일시적 동정이 아닌 공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교육계 고위층, 유명 보딩스쿨(사립 기숙 중등학교) 출신이 만든 교육 보조 정책은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주자’는 취지로 마련된다. 그들이 공립 학교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기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MP가 제시한 해법은 거창하지 않았다. ‘여름 방학 알차게 보내기’가 핵심이다. 여름방학 석 달 반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1년 배운 것을 잊어 새 학기 시작 후 약 6주를 허비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PMP는 저소득층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공부 잘하는 동네의 고등학생과 이어주었다. 막연하게 농구선수나 ’부자’가 되는 게 꿈이었던 아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형·누나를 롤모델로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성장하던 PMP는 지난해 비영리단체로 재출범하면서 다시 한 번 도약한다. 올해엔 뉴욕시에서 3000명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예정이다. 또 고등학생과 대학생 임시 일자리도 900여개나 만들었다. 클린턴재단을 비롯해 여러 유명 사회 단체, 록펠러 가문 등 1000여명의 기부자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2017 TED 펠로에 선정된 카림 아부엘나가 대표가 말하고 있다. [사진 TED]

24일(현지시간) 2017 TED 펠로에 선정된 카림 아부엘나가 대표가 말하고 있다. [사진 TED]

이런 공로로 PMP의 대표 아부엘나가는 24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막한 ‘2017 TED’에서 ‘올해의 펠로(Fellow) 15인’으로 선정돼 무대에 섰다.

올해 TED가 고른 신입 펠로는 아부에날가 외에 미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청년들이 선발됐다. 우울증·알츠하이머 같은 정신적 질환 백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정신질환 연구의 문샷(Moon Shot)’이라는 평가를 받은 뇌과학자 레베카 브래크만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여러 질환을 위한 백신이 개발되고 있지만 세계에서 3억5000만 명이 고통받는 정신 질환 백신엔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믿을 수 없는 먹거리로 13억명이 불안해 하는 중국에서 유기농 생산자를 찾아 안전한 식재를 온라인으로 파는 마틸다 호도 미래 지향적 목표로 주목받았다.

24일(현지시간) 2017 TED 펠로에 선정된 레베카 브래크먼 대표가 말하고 있다. [사진 TED]

24일(현지시간) 2017 TED 펠로에 선정된 레베카 브래크먼 대표가 말하고 있다. [사진 TED]

펠로우 제도는 “젊은 영웅을 수퍼영웅으로 만드는 ‘망또’를 제공하는 제도”라는 게 TED 측 설명이다. 다양한 형태의 재원과 함께 TED의 전세계 네트워크를 동원해 이들을 도울 인사들을 연결한다. 2009년 시작된 이래 선발된 TED 펠로는 91개국 415명에 달한다.

24일(현지시간) 2017 TED 펠로에 선정된 중국의 마틸다 호 대표가 말하고 있다 [사진 TED}

24일(현지시간) 2017 TED 펠로에 선정된 중국의 마틸다 호 대표가 말하고 있다 [사진 TED}

 2017 TED가 선택한 주제는 ‘미래의 당신(The Future You)’이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지구에서 인간의 지위가 위협받는다고 여겨지는 시대에 대한 질문이다. 각 분야의 정상에 선 인물을 초대해 이들이 상상하는 미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동시에 풀어낸다.

TED 강연법으로 널리 알려진 6~18분짜리 강렬한 강연을 선보이는 올해의 연사는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 애플 AI 시리의 창조자 톰 그루버, 세상에서 가장 앞서가는 로봇을 만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대표 마크 라이베트, 도쿄대학교 입학시험 푸는 AI 프로젝트(토다이 프로젝트)로 유명한 아라이 노리코 등 90여 명이다. 청중은 46개국에서 약 1800명이 모였다. 중앙일보는 국내 언론사로 유일하게 2017 TED에 참여하고 있다.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 몬테레이에서 기술(Technology) ·엔터테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을 주제로 공유할만한 정보를 나누는 작은 모임으로 시작한 TED는 2006년부터 강연을 인터넷에 올려 공유하는 실험으로 21세기의 ‘연설 르네상스’를 열었다. 현재 온라인으로 2400여개의 TED 강연을 볼 수 있으며 연간 10억 뷰(View)를 기록하고 있다. 자매행사로 TED여성, TED글로벌 등이 있고, 세계 곳곳에서 매년 TED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등 수만여건의 행사가 열린다.

3년 전부터 미국에서 캐나다 밴쿠버로 개최지를 옮겨 진행하고 있다. 96년부터 TED를 맡아 행사를 총괄해 온 크리스 앤더슨 대표는  “올해의 주제는 ‘미래의 당신’이지만 궁극적으로 ‘미래의 우리(The Future Us)’를 묻는 자리다. 우리시대가 당면한 가장 도전적인 질문에 대해 묻고 답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밴쿠버=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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