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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공화당의 득표 전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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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노3김 중 가장 후발주자라 할 김종필씨의 신민주공화당은 당조직 정비·각 지역별 상황파악 등이 제대로 안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 전열정비도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구체적인 득표전략을 짜는데 고심하고 있다.
김총재 자신도 승산에 대해 『그런 것 생각해 본적이 없다』며 『다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국민의 심판을 기다릴 뿐』이라고 초점을 흐리고 있어 당전체분위기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공화당이 말하는 「필승전략」은 「최선전략」으로 평가절하되는 감마저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지구당 창당대회가 계속됨에 따라 열기가 서서히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 마지막 5일에 승부를 건다는 나름대로의 계산은 하고있다.
마지막 5일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공조직정비 및 가동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 외에도 벌써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점차 그 강도가 높아가는 정부·여당의 집요한 방해공작, 그리고 자금난 때문이라는 게 당조직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김총재의 지난 9월28일 정계복귀선언 이후 자금 파이프라인이 차단되었고 지구당 창당대회 과정에서 나타난 집회장소 임대방해·청중동원 방해·각종 홍보물 철거등 각종 외압은 공화당의 운신의 폭을 대폭 좁게 만들고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지막 5일에 「운명」을 걸고 막판뒤집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 현재 공화당의 입장이다.
공화당의 1개월 작전은 3단계로 짜여져 있다.1단계인 초반 15일은 각 지구당의 동책 및 면책, 그리고 투표구 조직책의 인선 및 정비를 완료하고 2단계인 중반 10일은 이들 각 지역조직책의 활동기간으로 잡고있다. 그리고 그동안 당원확대 작업을 계속해 마지막 3단계 종반에 이르러서는 40만명의 당원을 총유권자의 5%정도인 1백20만명까지 늘려 막판 5일동안 이들을 풀가동해 당의 총력을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중앙당과 각시·도당 및 지구당의 각급 선거대책위원회와 선거대책본부와는 별도로 수도권 특별선거대책협의회와 광주·부산·대구 등 대도시특별대책협의회를 설치해 취약지역에 대한 특별활동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취약계층으로 여겨지는 청년층을 파고들기 위해 각 시·도 단위별로 청년기동반과 대학생기동반을 각각 2백∼3백명씩 조직· 운영하고 각 지구당에는 그 숫자를 3백∼5백명씩으로 늘려 운영토록 되어 있다.
이러한 공식적인 조직 활동 외에 사선조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공조직이 드러나는 곳에서는 유형무형의 방해와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조용히 지지기반을 확산시켜 나갈 수 있는 사선조직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기대를 거는 눈치다.
김총재의 사선조직 중 제일 큰 것은 바로 김해김씨 문중. 김총재의 가장 방대한 잠재적 지지기반인 김해김씨 문중은 약 7백만명 이라고 한다.
최근 중앙종친회에서 「정치적 중립결의문」을 신문광고를 통해 발표, 한때 소동을 벌였으나 그 이후 이에 대한 문중내부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 오히려 반사효과가 컸다는 주장이다.
현재 2만명정도의 새시대 구국청년단은 대학생들로 구성된 김총재의 청년조직인데 앞으로 5만명으로 회원을 늘려 대학생과 청년층을 파고들 계획이다.
공화당이 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구 공화당조직.
구공화당사무처 요원들의 모임인 은행나무동우회, 구공화당청년당원으로 구성됐던 「전국청년지도자연합회」(청지회)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1만7천명정도의「김총재 개인애호가모임인 동심회, 중앙정보부 출신들의 친목모임인 양지회, 무술인들의 모임인 청무회· 전무회, 김총재 모교인 공주고동창회, 충청향우회, 5· 16장학생회, 운정강학생회 등 김총재와 인간관계를 맺었던 여러 갈래의 사람들이 개인적인 지지기반이 되고있다.
공화당 조직국은 대권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8백만표를 얻어야 한다고 보고 이중 70%정도를 충청이북지역에 배정하고 있다.
이 계산에 따르면 표밭으로 생각되는 충청도에서 70%를 획득해 1백80만표, 서울경기· 인천지역에서 적어도 30∼40%인 3백50만표를 얻을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대방 후보의 아성인 전라도와 경상도쪽은 10∼20%의 득표율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특히 구공화당의 발상지이고 김총재의 처가가 있는 대구· 경북지역에서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공화당은 전체 유권자의 40%가 몰려있는 경인지역을 승부처로 삼고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 된다는 게 아직은 중론인 것 같다.
민정당의 노후보와 민주·평민당의 양김후보도 이 지역을 승부처로 삼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이처럼 나름대로 승산구도를 까고 하루가 다르게 선발주자들을 따라잡고 있다고 장담하지만 아직은 열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다.
김종필총재가 막판 5일 뒤집기를 말하는 것 자체가 현재의 열세를 시인하는 것이다. 지역별로 보더라도 JP의 출신지인 충남이 영·호남에 비해 인구가 적고 인접한 충북까지도 꼭 그가 우세하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화당집권 18년과 유신의 부담, 제5공화국 7년간의 민주화 투쟁실적의 문제 등과 관련한 JP와 공화당의 「입장」이 아직은 부담스런 여건으로 작용하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그동안 들러온 각종 비공식 여론조사의 결과는 JP가 상당한 격차로 뒤에 처져있음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런 조사의 신뢰도나 정확도는 미지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화당의 처지를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어떤 이는 공화당의 내심목표가 이번 선거의 승리가 아니라 선거 후 예상되는 정국전개에 대비한 포석이라고도 본다. 선거후 정계개편은 필지의 일이고 그 과정에서 공화당이 야당으로서의 확고한 기반을 잡고 다음 기회를 노리자는 게 아니겠느냐는 추측이다. JP가 더러『…멋있는 야당을 해보겠다』고 하는 것도 그런 뜻에서 해석된다.
공화당이 현재 약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JP가 도중하차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예상되지 않고 있다. 그의 후퇴는 곧 민정당에 유리한 요인이 된다고 해석되는데 JP가 그런 결과를 결코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선거 후 강한 야당이 되기 위해서도 민정당 패배가 바람직하다는 논리기 때문이다. 아뭏든 앞으로의 선거과정에서 공화당이 얼마만큼 부상할는지는 두고볼 수밖에 없다.<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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