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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보도 틀 깬 새로운 저널리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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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해 11월 9일 본지 1면에 실린 '루게릭 눈으로 쓰다'의 첫 회 기사.

중앙일보 탐사기획팀의 '루게릭 눈으로 쓰다'가 한국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기자협회는 10일 '루게릭 눈으로 쓰다'(기획보도 부문) 등 7건의 기사를 제37회 한국기자상 수상작으로 뽑았다고 발표했다. 취재팀은 탐사기획부문 이규연 에디터, 민동기.박수련 기자, 경제부문 임미진 기자, 편집사진부문 박종근.장동환 기자 등 6명이다. 본지 기사 외에 '망언가의 실체 제1편 아소탄광, 한국인 희생자 6명 확인 등 3편(YTN 영상취재부 한원상)'도 기획보도 분야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나머지 수상작은 취재보도 분야 ▶철도청 유전개발 사업 의혹(MBC 사회2부 김경태 외 3명) ▶국가기관의 유력 인사 상대 조직적 불법도청 공작(조선일보 사회부 이진동) 보도 등 6건이다.

지난해 11월 9~12일 본지에 연재된 '루게릭 눈으로 쓰다'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005년 12월) 수상작이기도 하다. 취재팀은 운동신경이 파괴돼 눈과 오른손 약지만 움직일 수 있는 루게릭병 환자 박승일(35.전 현대모비스 농구코치)씨와 넉달 간 e-메일을 주고 받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환자의 내면을 탐사했다. 박씨의 초인적인 투병 생활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진기자는 박씨의 집에서 상주하다시피 했다.

전신이 마비돼 꼼짝도 할 수 없는 박씨는 눈을 깜박여 컴퓨터 화면에 글을 쓰는 '안구마우스'를 이용해 취재팀에 e-메일을 보내왔다. 한 글자 쓰기가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어서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틀릴 수 밖에 없었다. 본지는 이런 박씨의 편지 내용을 원문 그대로 지면에 실었다.

이 기사가 보도돼자 김근태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이 박승일씨 자택을 직접 방문해 루게릭병 환자에게 지원하고 있는 정부의 간병 보조금을 월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희귀 난치성 질환자들을 위한 쉼터를 서울대에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나 여기 살아있다"며 '고통'을 넘어 세상과 '소통'하려한 박씨에게서 "일상의 소중함을 배웠다"며 성금을 전해 오는 등 전국 각지에서 성원과 격려가 쇄도했다. 다른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도 용기를 갖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학계에서는 새로운 저널리즘의 형식을 추구한 선도적 기사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화여대 이재경 교수(언론학)는 "박씨가 눈으로 쓴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는 굵은 글씨체 문장들은 독자의 시각을 넘어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며 "중앙일보의 탐사보도 연재물을 보며 한국 저널리즘이 드디어 단편적 사실 보도의 틀을 본격적으로 깨려 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22일 낮 12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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