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까지 간 '생물 은갈치' 공방, 결론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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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해산물 도매상을 운영하는 양모씨는 2014~2015년 시가 5600만원 어치의 제주산 갈치를 ‘제주의 맛 생물 은갈치’라고 쓰인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소매업자들에게 팔다가 적발됐다.

"'생물'이냐 아니냐는 '품질에 관한 표시'에 해당" #"'잠깐이라도 얼렸다 녹인 생선은 생물' 이니다"

잡자 마자 배에서 얼렸다가 녹여서 파는 ‘선동’ 갈치를 팔면서 ‘생물’이라고 표시한 게 문제였다. 약식기소돼 지난해 2월 벌금 250만원을 물게 된 양씨는 억울한 마음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제주도 근해에서 대형 선망어선들에게 잡혀 부산공동어시장을 통해 팔려나간 갈치들. [ 사진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

제주도 근해에서 대형 선망어선들에게 잡혀 부산공동어시장을 통해 팔려나간 갈치들. [ 사진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

생물과 선동 갈치는 신선도나 가격에서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품질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표시를 한 게 아니다.”

양씨는 갈치의 신선도를 내세워 억울함을 호소했다.

식품위생법에는 “누구든지 식품 등의 명칭ㆍ제조방법ㆍ품질ㆍ영양 표시ㆍ유전자변형식품 등 및 식품 이력 추적관리 표시에 관하여는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표시 및 광고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 과정에서는 ‘냉동이냐’‘생물이냐’가 ‘품질에 관한 표시’에 해당하는지와 ‘선동 갈치’는 ‘생물’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느냐가 핵심적인 쟁점이 됐다.

항소심 재판부인 남부지법 형사2부(부장 이은신)는 “‘생물’이라는 표현이 품질에 관한 표시인지는 소비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냉동 갈치를 생물 갈치라고 표시한 것은 갈치의 품질에 관해 사실과 다른 표시를 한 것이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상 냉동 갈치보다 생물 갈치가 비싸게 거래된다 ▶가격에 큰 차이가 없으면 생물을 선호한다 ▶객관적 신선도와 무관하게 생물이 냉동보다 신선도가 더 높다고 여긴다는 ‘일반적 소비자’의 인식을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지난 7일 대법원도 항소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식품위생법상 허위표시 등 금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다음과 같다.

수산물의 표시ㆍ광고에서 ‘생물’은 포획 후 냉동하지 않은 채 살아 있거나 그에 준할 정도로 신선한 상태로 유통되는 수산물을 표현하는 용어로 ‘냉동’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생물인지 냉동인지 아니면 냉동 후 해동한 것인지에 따라 보관기간이나 보관방법 등이 달라지는데 생물이 냉동보다 신선하다고 여겨져 비싸게 팔리는 게 일반적이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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