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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원유 카드 만지작...북한 백기 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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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가세했다. 다만 환구시보는 조건을 걸었다. 북한이 ‘마지노선’을 넘을 경우다. 마지노선은 제6차 핵 실험을 말하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이 왜 난리일까? 단기간에 그리고 확실하게 북한의 목을 조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 북한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첫째, 휘발유와 경유, 중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석유제품의 공급이 중단된다. 둘째, 일반 수송을 포함해 모든 경제활동이 마비돼 인플레가 발생, 물가가 치솟고 사회 불안이 야기된다. 셋째, 군사적으로 군용 트럭, 탱크, 군용기, 군함 등의 운용이 치명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중국 정부,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압박 #환구시보, “북한 ‘핵실험’하면 중단해야” #중단하면, 北 일주일 혼란 불가피 #시진핑, 송유관 파이프 열어둔 이유 #“북한의 비핵화보다 안정이 더 중요”

북한도 이런 상황에 대비해 비축한 원유가 어느 정도 있겠지만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원유 공급을 전면 중단하면 북한이 일주일 만에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중앙포토]

[사진 중앙포토]

이렇게 좋은 ‘물건’을 왜 중국은 사용하지 않을까? 결론부터는 말하면 중국은 그동안 ‘꼭 필요할 때’만 대북 원유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했다. 겉으로 티가 나지 않은 것은 그 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원유 카드’를 자주 사용하면 한·미·일이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이 붕괴되거나 대량 난민이 발생해 국경지역에 혼란에 생기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결정적인 ‘한 방’은 있지만 사용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은 공짜가 아니다. 국제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뿐이다. 아무리 ‘혈맹’ ‘특수 관계’라 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공짜는 없다.

원자재로 보이는 화물을 싣고 북한을 출발한 기차가 중국 단둥역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뉴시스]

원자재로 보이는 화물을 싣고 북한을 출발한 기차가 중국 단둥역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뉴시스]

베이징에서 만난 북한 조선합영투자위원회(지금은 대외경제성으로 흡수) 관계자는 “중국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요. 현물이나 현금 결제가 하루라도 늦어 보세요. 바로 원유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합니다. 아쉬운 쪽은 북한이라 바로 조치하지만 기분은 더럽습니다. 누가 북·중 관계를 혈맹이라 그랬어요. 천만의 말씀”이라며 하소연했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고 현물이나 현금으로 대금을 처리한다. 하지만 대금 처리가 늦으면 인정사정없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판단해서 ‘꼭 필요한 때’도 마찬가지다.

먼저, 원유 공급을 중단한 대표적인 경우를 살펴보자.

중국은 2003년 2월 말 원유 공급을 3일간 중단했다. 당시는 중국이 판단하기에 ‘꼭 필요한 때’였던가 보다. 북한이 2002년 10월 제2차 북핵 위기를 일으킨 뒤 대화를 미국하고만 하려고 고집을 피우자 중국이 송유관 밸브를 닫아 버렸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과거 클린턴 행정부와 달리 북·미 양자 협상이 아니라 중국·러시아·일본·한국 등을 포함한 다자협상을 통해 북핵을 해결하려고 했다.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 폐기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미 양자협상을 재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미국의 요구에 북한이 ‘몽니’를 부렸다. ‘책임대국’을 하고 싶었던 중국도 미국의 입장에 동의했다. 그래서 나섰던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한사코 북·미 양자회담을 요구했다. 그래서 중국이 ‘원유 카드’를 꺼낸 것이다. 중국은 기술적인 이유를 들었지만 대북 압박 카드였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바싼 기지 전경. 원유 탱크 10개가 세워져있다 [사진 중앙일보]

바싼 기지 전경. 원유 탱크 10개가 세워져있다 [사진 중앙일보]

북한은 사흘 만에 손을 들었다. 북한의 ‘백기’를 확인하고 첸치천 중국 부총리가 그 해 3월 8일 북한을 방문했다. 김정일을 만나 북·미·중 3자 회담을 제안했다. 첸치천은 “3자라고 하지만 주역은 북한과 미국이다. 우리는 자리를 마련하는 주최국에 불과하다. 미국이 다자 회의를 형태를 고집하고 있지 않습니까. 3자 회담이란 그런 미국 입장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첸치천의 설명을 들은 김정일이 “참가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한 달 뒤 4월 23~25일 중국 베이징에서 3자 회담이 열렸고 4개월 뒤 제1차 6자회담이 개최됐다. 중국이 ‘꼭 필요한 때’라고 판단하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다음은 원유 공급을 줄인 경우다.

이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중국은 1990년 12월 원유 150만 t을 공급하고 북한이 보낸 무연탄· 철광석으로 대금을 처리했다. 하지만 차액이 발생했다. 중국은 그 차액을 현금으로 요구했고 북한이 이를 지불하지 않자 원유 공급을 줄였다. 또한 중국은 1993년 무연탄· 철광석 등 현물 대신에 전액을 현금결제로 요구했다. 이에 북한이 거절하자 원유 공급을 줄이기도 했다.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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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언제든지 ‘꼭 필요한 때’라고 판단하면 송유관 밸브를 잠글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에게는 북한의 비핵화보다 안정이 더 중요하다. 북한도 밖으로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의 원유 중단에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했을 것이다. ‘원유 카드’가 북·중 관계 변화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현상 유지냐 변화냐. 그 선택은 시진핑의 계산에 달려 있다.

글=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리=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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