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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반대, 중국군에 오히려 ‘독’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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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사드로 ‘넘지 말아야 할 임계점’을 넘어섰다.

‘한미 연합 합동 해안 양륙 군수지원 훈련’ 2013년 4월 22일 한미연합사와 한국군은 유사시 고정된 항만 시설 운영이 제한될 경우를 대비해 원활한 군수지원 능력 배양을 위해 포항 인근 해안에서 연합합동 해안양륙 군수지원훈련을 실시했다.미국 해군,해병대,해안경비대,공군 등이 참가한 이번 훈련에는 미군 1200 여명과 한국군 882명이 참가했다.공기 부양정이 전차를 수송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한미 연합 합동 해안 양륙 군수지원 훈련’ 2013년 4월 22일 한미연합사와 한국군은 유사시 고정된 항만 시설 운영이 제한될 경우를 대비해 원활한 군수지원 능력 배양을 위해 포항 인근 해안에서 연합합동 해안양륙 군수지원훈련을 실시했다.미국 해군,해병대,해안경비대,공군 등이 참가한 이번 훈련에는 미군 1200 여명과 한국군 882명이 참가했다.공기 부양정이 전차를 수송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사드 문제, 한국·중국 양국 모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다. 이유는 세 가지다.

한국과 중국, 사드로 ‘임계점’ 넘어서 #한반도 사드 배치, 중국군 자부심에 생채기 #시진핑의 군사작전 통제권 시험대 돼버려 #북한 여전히 사드 배치 명분 제공 중 #中 ‘사드’ 반대 계속, 美 다른 신형 무기 들여와

첫 번째, 중국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보복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 양국 국민 모두 감정도 많이 상했다.

두 번째, 지난 4월 초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 간 서로 다른 자기 의견만을 무의미하게 교환했다. 미 의회 상원 26명도 트럼프 대통령에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는 등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세 번째, 한국 정부는 '기정사실화' 전략을 쓰고 있다. 차기 새로운 정권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지난달 6일 발사대 그리고 16일 탐지 레이더 장비가 오산기지 도착했음) 즉, 주한미군의 ‘자위권(Self-Defense)’ 행사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는 뜻이다. 중국과 실질적인 논의가 추가로 할 계획도 없다.

지난해 6월에 개최된 싱가포르 샹그리라 안보대화에서 당시 중국 해군 부사령원 쑨젠궈(孫建國) [사진 신화망]

지난해 6월에 개최된 싱가포르 샹그리라 안보대화에서 당시 중국 해군 부사령원 쑨젠궈(孫建國) [사진 신화망]

중국군이 이토록 사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뭘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중국군이 사드로 자존심 또는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중국군의 생각은 이렇다. 대약진 운동 실패 등 어려운 여건 하에도 핵무기를 개발했고, 미국과 같이 육상·공중·해상 3개 축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갖고 있는 등 미국과 비등한 전력을 갖줬다는 자부심이다.

하지만 사드 등장으로 차질이 생겼다. 내·외 언론도 중국군의 자부심인 둥펑-4/5(DF-4/5)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무용론(無用論)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자 중국군 자부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드는 탐지 시스템인 AN/TPY-2 레이더(고성능 X밴드) [사진 미 육군]

사드는 탐지 시스템인 AN/TPY-2 레이더(고성능 X밴드) [사진 미 육군]

실제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샹그리라에서 열린 안보대화에서 당시 중국 해군 부사령원 쑨젠궈(孫建國)이 “군인의 전문성에 비추어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 예비역 장성 류웬(劉遠)도 “중국군이 사드를 무력화시킬 수 대응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드를 기능적으로 평가하기보다 다소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한반도 사드 배치, 동북아 전략적 균형 논란
둥펑-4/5 대륙간 탄도탄 무용론(無用論)까지 나와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이·취임식이 지난해 6월 30일 서울 용산기지에서 열렸다. 빈센트 브룩스 신임 사령관(오른쪽)과 이임하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사령관(가운데)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브룩스 사령관은 “오늘 밤이라도 싸울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 중앙포토]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이·취임식이 지난해 6월 30일 서울 용산기지에서 열렸다. 빈센트 브룩스 신임 사령관(오른쪽)과 이임하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사령관(가운데)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브룩스 사령관은 “오늘 밤이라도 싸울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 중앙포토]

두 번째로 사실 중국군은 사드 체계를 완벽히 돌파할 ‘대안(무기 체계)’이 없다. 중국군은 일본과 대만에 배치된 X-band 탄도 미사일 레이더 설치, 2013년 괌에 사드 배치 계획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거리상 훨씬 가까운 위치였고, 중국 동부 해양 쪽에 집중된 군사 시설 등이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국군은 앞으로 한일 정보교류협정(GOSMIA)이 체결되고, 한·미·일 3국 간 전략적 협력관계가 더 확고해지면 사드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중국군은 사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하 시 주석)의 권한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당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자 연합지휘통제소 총책임인 시 주석은 중국 역사상 가장 막강한 군사작전 통제권을 갖는다고 평가받는다. ‘한반도 사드’가 중국군의 위상과 강군을 향한 꿈에 중대한 장애물로 급부상하면서 시 주석의 대처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인식이다.

[자료 국방부]

[자료 국방부]

사드, 시진핑의 군사작전 통제권 시험대
하지만 과거, 중국 반대하면 오히려 손해

천안함 때 서해훈련 반대하니 美 F-22 동해 급파

대폭 증강된 한반도 주변의 미군 전력. [자료 중앙포토]

대폭 증강된 한반도 주변의 미군 전력. [자료 중앙포토]

그들의 생각은 타당한가? 앞서 본 중국군이 사드에 갖는 우려부터 풀어보자.

첫 번째 우려처럼 사드가 정말 북한보다 중국을 고려한 체계일까. 정답은 아니다. 주한미군은 한국전쟁 휴전 이후 각종 주한미군 기지를 용산 기지 재배치기획(YRP·Yongsan Relocation Plan)와 토지파트너십기획(LPP·Land Partnership Plan)에 따라 평택과 칠곡(왜관)에 집중시켰다. 전략적인 실패였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명확한 타깃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곧 주한미군에 치명적인 약점이 됐고, *인계철선이 돼버린 주한미군(미 2사단)을 보호하는 문제는 핵심 전략 목표가 됐다.

*인계철선: 미 2사단의 210화력여단도 북한군의 장사정포에 대응하면서 미군이 공격을 받으면 전쟁에 자동 개입한다는 뜻

북한 미사일 요격을 위해 개발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인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일명 철매Ⅱ) 시험발사가 지난해 3월 2월 충남 안흥의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실시됐다. 군은 2020년까지 M-SAM 개발에 이어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개발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방위사업청]

북한 미사일 요격을 위해 개발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인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일명 철매Ⅱ) 시험발사가 지난해 3월 2월 충남 안흥의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실시됐다. 군은 2020년까지 M-SAM 개발에 이어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개발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방위사업청]

북한 여전히 사드 배치 명분 제공
한국·일본의 주한미군 기지, 타깃 천명

북한도 한국·일본의 주한미군 기지를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다. 실제 한국과 일본을 목표로 하는 90도에 가까운 발사 각도로 발사하는 상황으로 자주 연출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6일 시험발사한 네 발의 스커드 (Scud-ER 모델로 추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대상은 한국·일본의 주한미군 기지라고 밝히고 있다.

두 번째 한반도 사드, 정말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포함되나. 이것도 아니다. 오히려 한국 정부가 미국 MD에 빠져서 불만이다. 수년 전부터 한국은 중국을 의식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실제 한·미·일은 연합 훈련 시 탄도 미사일을 추격하는 훈련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것인지 식별하는 정보교환 훈련에 중점을 둔다. 한국·일본 시스템 모두 미국 MD와 별개라는 소리다.

그런데도 중국군이 사드를 물고 늘어지면 어떻게 될까.

천안함 사례를 보자.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서해에서 한미 연합 해군 훈련을 감행했다. 하지만 당시 중국군은 이를 반대하는 논평을 했다. 그러자 미군은 훈련 장소를 동해로 옮겼고, F-22 스텔스기(한반도를 넘어선 중국 동북부 연안 전역을 커버하는 정밀타격 능력을 갖춘 전략 전투기)를 동해에 투입했다. 중국이 한 반대로 미군의 새로운 전략 자산을 동북아 지역으로 끌어들인 꼴이 됐다. 한미 간 군사훈련에 괜한 ‘토’를 달았다고 후회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군이 자꾸 사드를 걸고넘어지니 다른 첨단 무기들도 속속 한반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깡통’ 구축함으로 비난받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에 탄도 미사일 방어시스템과 SM-3 탄도미사일 요격 미사일을 탑재 얘기가 공론화되고 있다. 일본 집권당 자민당은 되레 사드 도입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美 MD 편입 “한국, 하고 싶어도 못해”
하지만 한국 독자적 MD 구축에 수년간 투자
中 ‘사드’ 반대 계속, 美 다른 무기 들여와

해군 이지스함에서 발사한 함대공미사일 'SM-3'. 요격고도가 250~500㎞로 사드보다 높다. [사진 중앙포토]

해군 이지스함에서 발사한 함대공미사일 'SM-3'. 요격고도가 250~500㎞로 사드보다 높다. [사진 중앙포토]

미국은 사드보다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를 그저 1980년대 말 개발된 구식 무기체계라고 평했다. 실제로도 사드는 미사일이 낙하하는 종말 단계에 주안점을 둔 무기체계다. 오히려 지금 미국은 중단 단계(Midcourse-Phase)시 확실한 요격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 2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10% 증액을 공개한 『2018년도 미국 국방비』를 보면 알 수 있다. 증액의 주된 이유가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와 현대화 시기가 도래된 핵무기 3축(Triad)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미국, ‘사드’ 구식 무기로 봐
오히려 ‘레이저 요격’, ‘전자기전’에 중점

지난 6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중앙포토]

지난 6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중앙포토]

실제 미국은 부스터 단계에서 항공기 탑재하는 ‘레이저 요격(ABL)’과 2014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발사 단계시 파괴(left of launch)’를 노린 전자기전(Electronic Warfare)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사드만 계속 물고 늘어지다 이를 초월하는 대체 무기가 주한미군에 배치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사드가 만병통치약(panacea)이기는커녕 중국군이 사드를 반대해서 얻을 이익도 없어 보인다.

중국군, 사드 과대평가 말아야
주한미군엔 이미 사드보다 첨단 무기 많아

결국 중국군은 한반도 사드를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한반도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일 뿐이다. 현재 중국군은 한반도 사드 문제에 있어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입장에 서있다. 한국·미국이 주장하는 사드 개발 목적과 배치 운용 개념을 다시 정확하게 평가하는 한편, 경제 보복 조치 등 일부 부적절한 대응이 과연 합리적인 지도 봐야 한다. 여기엔 차기 한국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사드’가 한국과 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증진에 악수(惡手)가 돼서는 안된다. 중국이 경제적·문화적으로 한국에 보복 조치를 이어가면 민족주의 감정을 부추겨 뒷감당은 더 어려워진다. 앞으로 주한미군이 장비 현대화에 따라 도입하려는 모든 첨단 무기체계 반대할 수 있을까. 이것도 사실 부담이다. 게다가 지금도 주한미군엔 사드보다 첨단 장비인 무기체계가 즐비하다.

글=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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