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이자 4400%, 영혼까지 털어간 사채업자 검거

중앙일보

입력

“아버지가 암 투병 중이셨습니다. 당장 약값 30만원이 필요해 급한 대로 돈을 빌렸죠. 그 돈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해 5월, 병원비가 급하게 필요했던 A(40)씨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본 상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당일 30만원을 현금으로 빌려드릴 수 있다”며 “일주일 후 50만원으로 갚으면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약값을 댔다.

일주일은 금세 지나갔다. 대부업체에서 독촉 전화가 걸려왔지만 수중에 돈은 한 푼도 없었다. 고민하던 A씨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당일 대출이 가능한데 혹시 대출을 원하느냐”는 내용이었다. 그곳에서 빌린 돈으로 처음 빚을 돌려막았지만 일주일 후 갚아야 할 돈은 이제 130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그렇게 두 달을 돌려막으니 대출금은 수백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사실 A씨에게 걸려온 전화는 번호만 다를 뿐 모두 같은 곳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해온 권모(39)씨 등 일당 11명은 5개 팀으로 쪼개어 채무자들에게 협박성 독촉 전화를 건 후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어 대출상담을 진행했다. 채무자들은 지인들에게까지 걸려오는 독촉 전화에 시달려 급한 대로 계속 돈을 빌려 나갔다.

권씨 등은 이러한 방식으로 2015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피해자 약 5300여명으로부터 64억원의 이자를 챙긴 혐의(불법 채권추심 등)를 받고 있다. 연이자는 최고 4400%에 달했으며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10억원대 아파트 등에 거주하며 외제 차를 모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누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의 수사를 맡은 서울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 황명수 팀장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간편 대출’광고  등에 현혹되면 안 된다. 혹시 불법사채로 피해를 입었다면 주저하지말고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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