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의 대통령직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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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앞으로 한 달은 한국정치사에서 중대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16일 공고된 13대 대통령선거는 우리 나라의 사회적 변화, 경제적 성장, 국민의 높아진 의식수준에 걸 맞는 정치발전을 여하히 수용하느냐하는 의미를 갖는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오랜 권위주의적 정치행태를 청산하고 국민의 뜻에 따른 정부를 가짐으로써 정통성 시비를 잠재우고 참다운 정치안정을 이룩하자는 말로도 요약된다.
물론 한쪽에는 아직도 권위주의의 효율성을 고집하려는 세력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현 체제를 부정, 전복하려는 좌경세력도 있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이 땅에 민주정치의 기틀을 다져야한다는 것은 이제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국민적 합의며 대세다.
선거가 무사히 치러진다고 해서 새 헌법이 지향하는바 민주정치가 제 궤도에 진입하는 것은 아니다. 선거보다도 그후가 더 중요하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들려온다. 선거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인지, 선거 후에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을 과연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내년 봄의 정권교체와 가을의 올림픽이라는 양대 국가적 대사를 순조롭게 치러낼 것인지 첩첩한 앞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거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당장은 앞으로 한달 동안 선거전을 잘치렀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이 고비를 잘 넘겨야만 비로소 그 다음의 정치일정은 물론 한국정치 미래에 대한 설계도 전망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접어들면서 공약의 홍수, 막대한 물량공세, 인신공격, 모략중상 등 부정적 요소들이 벌써부터 판을 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역감정의 촉발이다.
어느 후보자도 말로는 지역감정을 매도하고 반대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득표전략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민주주의가 폭력을 거부하고 이성적 타협을 기본으로 삼는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폭력적 수단으로 유세를 방해하는 행위는 아무리 반민주적 행위로 규탄을 받아도 지나침이 없다.
오랜 지역감정이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는 없다해도 그 때문에 정상적인 선거운동이 방해를 받거나 차질을 빚는다면 국민의 일체감에 위기를 빚을 뿐 아니라 당장 선거 후에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선거일이 공고된 시점에서 후보자는 후보자대로,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이번 선거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한번쯤은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한다. 16년만의 직선제에 의한 대통령선거는 이 땅에 민주정치의 기틀을 세우는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거듭 거듭 공정·공명한 선거분위기를 강조하는 것은 바로 한국의 진운을 판가름하는 중대한 고비라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달은 전세계인 앞에 한국민의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과시하고 증명하는 자리가 되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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