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곡의 깊이 완벽하게 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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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연주가에 있어서 과거의 업적들을 들추어내는 것이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으나 과거의 업적이 현재의 그를 설명할 수는 없다.
바리톤 김관동 독창회 (11일· 호암아트홀)는 그런 의미에서 그가 비엔나 국립오페라단 정단원이었다든가 혹은 뮌헨 국제음악콩쿠르에 입상했다는 전력을 굳이 들추어 낼 필요도 없이 김관동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86년 귀국 후 오페라와 또 다른 연주들을 통해 그의 음악적 기량을 이미 보여 주었지만 이번 독창회는 이를테면 정식으로 귀국인사를 하는 귀국독창회로서 그의 숨겨진 재능이 낱낱이 나타난 것이다.
그가 무대에 올린 「베토벤」 「브람스」 「R·슈트라우스」의 가곡들은 시대는 다를지언정 기품있는 고전의 정신밑에 탄생된 일관된 작품들이다. 그는 이들의 가곡들에서 음악예술이 가지고 있는 풍요로운 감정세계와 범상치 않은 차원높은 세련미를 표출해 냄으로써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는 엄숙하고도 영원한 음악의 실체를 경험케 했다.
후반 2개의 오페라 아리아는 극적 박진감과 꽉 차오르는 음량감으로 청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는데, 특히 이날 피아노를 맡은 신명원의 효과적이면서도 달관된 연주력은 최상의 콤비를 이루어 앙상블의 묘미를 더욱 빛나게 했다.
또한 독일 리트가 가지고 있는 내면적 깊이와 절제된 정열을 완벽하게 소화해 냄으로써 깊은 감동적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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