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취업·결혼 스트레스 탓 ‘젊은 화병’ 급증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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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구 기자]

중년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던 화병이 20·30대 젊은 층에서 크게 늘고 있다.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와 취업난 등의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화병은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히고, 갑작스럽게 분노가 표출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우울증으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6년 새(2011~2016년) 20·30대 화병 환자는 1867명에서 2859명으로 53% 증가했다. 특히 20·30대 남성 환자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387명에서 846명으로 2.2배 증가했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김종우 교수는 “취업,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는 물론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환자는 주로 직장이나 학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화병이 발병하는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마음의 갈등을 많이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방치 시 우울증·분노조절장애 유발


만성적 스트레스 혹은 일시적인 스트레스이지만 제대로 해소할 길이 없는 경우에 생기는 각종 정신적 증상, 신경증, 신체질환을 통틀어서 화병이라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답답함과 무기력이며,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분노 폭발이 있다. 증상이 반복되면 고질적인 양상을 보이게 된다. 처음에는 답답함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의욕 상실이나 무력감을 호소하며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욕설, 폭력, 심한 짜증 등 분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김종우 교수는 “침 치료와 약물 치료로 억누를 수 없는 화와 분노, 그리고 답답함이나 숨이 차는 양상 등을 조절할 수 있다”며 “이어 증상이 어느 정도 개선되면 스트레스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참고 지내는 생활이 결코 병을 낫게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명상 훈련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초조하고 불안함을 안정시켜서 분노하는 나를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통제와 조절을 통해 화병을 극복하게 된다.


김종우 교수는 “화가 날 때에는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한 후 그 내용을 솔직하게 분명히 상대방에게 털어놓는 훈련이 중요하다”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본인만의 대안을 가지고 분노상황이 생길 때마다 적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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