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는 열대 과일이 아닌가?’
지난 겨울, 베란다 화분에 파란 싹이 난 걸 보고 참 신기하고 기특했다. 관객과 호흡하는 배우지만 나는 낯가리는 투박한 성격이다. 하지만 손톱보다 작은 새싹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인사인지 질문인지 모를 말이 나왔다.
[중앙일보-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동기획] 선거와 나 ② '천만 요정' 오달수의 씨 뿌리기
“어! 너 지금 나올 때가 아닌데, 잘못 나온 것 같은데?”
이 녀석이 우리 집에 싹을 트게 된 건 재밌는 일이었다. 언젠가 나는 마트에서 아보카도 한 망을 사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다. 그러고는 남은 씨를 무심코 화분에 찔러둔 게 발단이었다. 별 기대를 한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런데 그 딱딱한 씨가 뿌리를 내리는가 싶더니, 싹을 틔운 것이었다. 쑥쑥 자라난 녀석은 어느새 내 손바닥 길이를 넘기더니, 용하게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겨울까지 견뎌냈다.
이제 나는 잠에서 깨면 자리끼를 들고 어기적어기적 녀석부터 챙긴다. 아보카도 옆으로는 레몬 화분도 있다. 아보카도의 ‘성공’에 용기를 얻어 먹고 남은 레몬씨를 호기심에 심은 것이다. 그런데 그 줄기들이 또 제법 올라오니 혼자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믿거나 말거나 내가 가장 정성을 쏟는 일이 ‘과일 기르기’가 된 연유다.
‘터를 만들어주고 물을 주면 틀림없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대를 세운다.’
기특한 씨앗들에게서 다시 한번 배운 자연의 교훈이다. 언젠가는 곧 나의 아보카도와 나의 레몬, 나의 감도 모두 꽃까지 피우리라. 새 영화의 촬영 첫 날 만큼이나 녀석들의 ‘꽃 얼굴’이 기다려진다.
씨앗과 꽃 이야기가 길었던 것은 조만간 다가올 선거 때문이다. 5월 9일은 19대 대선 선거일이다. 늘 투표는 꽃씨를 심는 일과 같다고 생각해왔다. 씨앗을 고르고 터를 결정하고 심는 것은 모두 유권자의 역할이다. 특히 좋은 씨앗을 고르려면 정치인들의 진심과 연기를 잘 구분해야 한다. 종종 어떤 정치인들은 배우인 내가 보기에도 연기를 참 잘 한다. 물론 그 연기에서 배울 점은 없지만….
그래도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선택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질 수도 있다. 그럴 땐 ‘국민학교 도덕책’ ‘초등학교 바른생활책’을 떠올려보기를 권해드리고 싶다. 더불어 살아가려는 양심과 상식, 그리고 교양을 갖춘 사람을 찾으면 될 일이다. 여기에다 나는 도덕 불감증이라는 먼지를 싹 떨어낼 수 있는 공약을 갖춘 후보가 누구인지도 따져보려고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 희망이란 씨앗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대지의 땅심이 건강해지길 바란다.
영화배우 오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