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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세월호 추모 주간 “선생님도 학생도 울었지만… 강요되는 느낌 싫어”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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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가 일어난 지 1091일 만인 지난 11일, 세월호가 목포신항 철재부두 위에 안착했다. 아직까지 9명의 미수습자들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상황.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광화문 광장 분향소와 안산 합동 분향소 등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도 10~16일을 세월호 공동추모주간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고교와 대학 등 여러 학교에서 세월호 추모행사를 진행했고, 그 방법도 다양했다. 이를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의 체감 온도도 각각 달랐다. TONG청소년기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왔다.

고교의 세월호 추모 현장

경기도 고양일고는 10일부터 16일까지 세월호 참사 추모 기간으로 지정했다. 학교 담장에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학생회에서는 노란리본 뱃지와 팔지 등을 공동구매하며 노란리본 달기 캠페인을 벌였다. 포스트잇에 추모의 글귀를 적어 화이트 보드에 노란리본 모양으로 붙이기도 했다.

용인 상현고에 설치된 추모 리본. [사진=변지혜 TONG청소년기자]

경기도 용인 상현고에서는 학생회 차원에서 추모를 주도했다. 학교에 노란 리본을 걸고, 계단에 추모문구를 붙였다. 그리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교무실 앞에서 세월호 부스를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노란 리본을 나눠주고 노란 배를 접는 등의 활동을 했다.

서울 신서고에서는 음악시간에 세월호 참사 추모곡인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배워 연주했다. 한 선생님은 교과 수업 시간을 할애하여 학생들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추모 영상을 보여주었다. 장모양은 "추모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도 울고, 선생님도 울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주도해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는 엽서를 쓰는 등의 시간을 가졌다.

숭실대에 설치된 추모 메모판. [사진=한유민 TONG청소년기자]

숭실대에 설치된 추모 메모판. [사진=한유민 TONG청소년기자]

서울 이화외고 급식실 앞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보드판과 포스트잇이 설치됐다. 학생들이 RIP(Rest In Peace)와 같은 글귀나 세월호 참사 관련 시를 적어 선박모양의 보드판을 포스트잇으로 채워나갔다.

대학 현장의 추모 물결

숭실대에 설치된 추모 메모판. [사진=한유민 TONG청소년기자]

숭실대에 설치된 추모 메모판. [사진=한유민 TONG청소년기자]

숭실대에서는 단과대 별로 포스트잇에 각자의 학번과 함께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인양하라” 등의 글을 써서 임시게시판에 노란리본 모양으로 붙였다.

세월호 참사 3주기 서울대 추모사업 기획단은 박영대 세월호 참사 국민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초빙 강연을 열고, 학생들을 모아 안산 분향소에 방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학교에선 각기 다른 다양한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데 동참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진행되는 추모 행사에 대한 의견은 다소 온도 차가 있었다.

"세월호 추모, 강요되는 느낌은 싫어"

A 고교생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대부분은 어린 학생들이었고, 학생들에게는 더욱 큰 상처로 남은 사건이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추모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들이 이 일을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B 고교생은 "누군가가 추모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 슬프고 안타까워서가 아니라 다들 하라고 하니까 기계적으로 한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추모 게시판에 학생들이 써 붙인 문구도 진심어린 내용 보다는 '리멤버 0416' 등 뻔한 게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C 고교생도 “많은 학교들이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만 부각시키는 것 같아 아쉽다. 다른 희생자들도 기억해줬으면 좋겠고, 학생들 역시 추모의 의미를 잘 알고 자발적으로 참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위 '세월호 세대'로 명명되어 성인이 된 이들이 오히려 학교 차원의 추모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 D 대학생은 "세월호 참사가 국정농단과 겹치며 정치적으로 이용된 측면이 크다. 안타까운 참사인 건 동의하지만, 추모를 학교에서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 대학생은 "고교 시절 수업시간에 세월호 추모 영상을 보면서 소설 '1984'에 나온 정신교육 장면이 떠올랐다. 슬픔을 강요하는 듯한 영상을 보여주는 게 과연 교육적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 차원에서 추모 행사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F 고교생은 "세월호 추모 행사를 벌이는 학교가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 학교는 세월호 추모 행사를 열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추모의 기회가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G 대학생은 “학생회나 동아리에서 행사를 주도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학생들이 직접 세월호 관련 행사를 준비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더 뜻 깊게 기억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이유를 들었다.

글=최상인·박주민 TONG청소년기자 리더회지부
사진=4기 TONG청소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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