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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다음 아고라’ 같은 플랫폼, 내 손으로 만들고 싶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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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소중에서는 미래형 신직업의 현장을 학생기자들과 직접 찾아가 보고 있습니다. 1편 'VR 콘텐트 개발자'에 이어 두 번째 미래 직업은 '소셜 소프트웨어 개발자'입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해결하려는 사람들이죠. '민주주의 플랫폼'으로 더 많은 시민에게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 '빠띠'를 방문했습니다.

글=이연경 프리랜서 기자 lee.yeongyeong@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동행취재=김소연(서울 월곡중 1)·양재호(성남 보평초 5) 학생기자
자료 사진=빠띠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고쳐달라고 말하려면, 예전에는 정당이나 언론사, 시민단체 등을 찾아가야 했죠. 시민 한 사람이 국가의 제도를 바꾸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니까 힘 있는 집단에 이를 대신 해결해달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민 혼자라도 두렵지 않은 세상이죠. SNS를 통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찾고 그들과 모임을 가지는 일 쉽게 할 수 있으니까요.

소중이 만난 '빠띠'는 이런 SNS 기술의 특징에서 힌트를 얻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곳이에요. 정확하게는 '민주주의 플랫폼'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죠. 여기서 일하는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프로그램으로 일도 하고, 사회 이슈에 관한 토론도 하며, 이에 관심 있는 시민들도 만난다고 합니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들이 빠띠를 찾아가 봤습니다. 아, 그런데 빠띠의 대표인 시스(이 회사는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릅니다)는 일본 니가타 현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상 인터뷰를 시도했죠. 과연 신직업 현장답지 않나요? 빠띠의 콘텐트 기획자와 베리와 일본에 사는 개발자 시스, 그리고 소중 학생지가 소연과 재호 학생의 화상 인터뷰 내용을 함께 보시죠.

민주주의 플랫폼, 빠띠와 우주당

‘소셜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해 대화한 개발자 시스(화면)와 베리, 양재호·김소연 학생기자 (오른쪽부터).

‘소셜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해 대화한 개발자 시스(화면)와 베리, 양재호·김소연 학생기자 (오른쪽부터).

(소연, 재호)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베리) "안녕하세요. 저는 빠띠에서 디자인과 콘텐트 기획을 맡고 있는 베리라고 해요."
(시스) "안녕하세요. 저는 빠띠의 플랫폼을 만드는 개발자 시스에요. 모니터 화면에 제가 잘 나오나요? 저는 지금 일본 니가타현에서 살아요. 팀원들과 회의를 할 때도 이렇게 화상 대화를 한답니다."
(소연) "화상 인터뷰는 저희도 처음이라 떨려요. 만든 프로그램의 이름이 '민주주의 플랫폼'이라고 들었는데, 이게 정확히 뭔가요?"
(베리) "여러분도 학급 회의를 자주 하잖아요. 학급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친구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죠. 민주주의 플랫폼이란 이런 회의를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온라인 공간을 의미해요. 많은 사람들이 사회 문제에 대해 함께 얘기하는 인터넷 토론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에요."

(재호)"지금까지 어떤 플랫폼들을 만들어오셨는지 궁금한데요."
(베리) "두 가지가 있어요. '빠띠(https://parti.xyz/)'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간이에요. 사회문제나 관심사 등에 함께 얘기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 온라인 모임을 만들 수 있죠. '우주당(http://wouldyouparty.org/)'은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플랫폼인데요. '사드 배치', '여성 인권' 등의 정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모여 각종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정보를 공유하죠. 청소년에 대한 투표권 확대 문제도 활발하게 얘기되고 있어요."
(소연) "저희 같은 청소년이 참여하고 있는 건가요?"
(베리) "네. 그 친구들이 만든 모임이 '틴즈디모'에요.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우주당을 스스로 찾아왔어요. 온라인에서 약속을 정한 다음 실제로 만나 오프라인 활동도 벌여요. 저희 우주당 플랫폼을 가장 똑똑하게 활용하고 있는 팀이랍니다."


민주주의 플랫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일본·제주·서울 등에 살고 있는 빠띠 개발자들은 보통 온라인서 업무 회의를 한다. (사진 출처=빠띠)

일본·제주·서울 등에 살고 있는 빠띠 개발자들은 보통 온라인서 업무 회의를 한다. (사진 출처=빠띠)

(재호) "저도 정치에 관심이 많아요. 얼마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건이 일어났잖아요. 정부와 시민들이 소통하지 않은 게 원인인 것 같은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시스) "제 경험이 참고가 될 수 있겠네요. 2008년에도 광화문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이 모여 대규모의 촛불집회를 벌였어요. 대통령이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물어보지 않았던 게 원인이었죠. 그때 저는 '다음'이라는 포털 사이트 회사의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시민 주도로 정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인터넷에서면 충분히 가능하겠더라고요.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토론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개발하게 된 것이 다음의 토론 광장인 '아고라'에요."

 민주주의 플랫폼 ‘빠띠’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의 사 회에 관해 논하는 사용자들. (사진 출처=빠띠)

민주주의 플랫폼 ‘빠띠’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의 사 회에 관해 논하는 사용자들. (사진 출처=빠띠)

(재호) "저도 시스님이 만든 것과 같은 멋진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까요?"
(시스) "물론이죠. 단,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잘 만들어내려고 애 쓸 필요는 없어요. 저는 기능이 많은 플랫폼을 만들 때 여러가지 기능 중 한 가지를 선택한 다음, 이를 가지고 작은 캠페인 사이트를 만들어봐요. 예를 들어 '나는 알아야겠당' 플랫폼을 만들 때 맨 처음 만든 것이 투표 캠페인 사이트였어요. 그 다음엔 정당 이름을 만드는 투표 캠페인을, 쟁점 사안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하는 캠페인 사이트를 만들었죠. 이 외에 대화하기, 국회의원에 편지보내기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덧붙여 플랫폼을 완성했어요."
(재호) "한 번에 한 가지 기능씩, 계단 오르 듯 만들어 완성시키는 거네요."

개발자라면 꼭 코딩을 할줄 알아야 할까
(소연)"사실 저는 재호처럼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은 건 아니거든요. 그래도 나중에 빠띠 같은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요?"
(베리) "하하, 우리 팀원 모두가 코딩을 잘 하는 건 아니에요. 저도 프로그래밍 언어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어요. 대신 시스님과 같은 개발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알고 있죠."
(소연) "그게 뭔가요?"
(베리) "개발자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에요. 저는 프로그램을 어떤 디자인과 기능으로 어떻게 만들지 등에 대해서 정하는 기획 일을 해요. 제 기획에 대해 개발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일을 꼭 하죠. 개발자들이 기획 의도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고, 또 동의해야 기획에 잘 어울리는 기능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소연) "그럼, 개발자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말하나요? 저는 개발자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시스) "좋은 질문이에요. 개발자라는 말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포함돼 있어요. 베리님처럼 코딩하지 않는 개발자, 즉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사람도 사실 개발자에요. 콘텐트가 저장되는 서버를 설계하는 사람도 개발자죠. 이처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컴퓨터로 만들어내는 일에서 나름의 역할을 맡고 있다면 개발자라고 말할 수 있어요."


소셜 소프트웨어 개발자란 직업의 매력

‘월간 우주당’의 3월 활동을 마무리하는 파티에 모인 우주당원들. 파티에는 2살배기 아기도 참여했다.(사진 출처=빠띠)

‘월간 우주당’의 3월 활동을 마무리하는 파티에 모인 우주당원들. 파티에는 2살배기 아기도 참여했다.(사진 출처=빠띠)

(재호) "두 분은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시스) "제가 어릴 때 PC 통신(지금의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 PC끼리 정보를 주고받던 방식)이 유행이었어요. 그때 목표는 게임 개발자였죠.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집에 오면 게임 개발자들이 모인 PC통신 커뮤니티에 접속해서 새벽까지 대화했어요. 그러면서 간단한 코딩으로 무언가를 계속 만들었죠. 영어 타자 프로그램, 사다리 게임 같은 거요. 제가 가진 개발 기술로 게임이 아닌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여러 사회 경험 덕이 컸죠."
(베리) "저도 시스님처럼 사소한 계기가 시작이었어요. 중학교 때 포토샵 같은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아이돌 가수 사진 꾸미는 게 대유행했죠. 저도 거기에 빠진 소녀 중 하나였고, 그러다 디자인에 관심이 생겼어요.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며 갖게 됐죠."

(소연) "전 교육 문제에 관심 있어요.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미래에 제가 과연 이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좋을까요?"
(베리) "저는 제 일이 매력적인 직업이라 생각해요. 생각이 잘 통하는 사람들과 만나 일할 수 있다는 장점 덕이죠. '월간 우주당'이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우주당 안에서 어떤 사회 문제들을 논의할지를 한 달에 한 번 우주당 당원들과 만나 정하는 거에요. 플랫폼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논의하기도 해요. 당원은 누구나 될 수 있죠."
(시스) "앞으론 사회 이슈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 생각해요. 특히 요즘 기술을 어떻게 하면 인간에게 유리하게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잖아요.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등 기술 때문에 사람이 피해 보는 사례도 늘고 있고요. 저는 사람을 위해 기술을 사용하는 시도들을 게을리하지 않는 게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예방책이라 믿어요. 저는 제 일의 보람이 여기에도 있다고 생각해요."

빠띠(partiunion.org)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벤처기업이다. 시민들이 쉽고 재밌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정당 만들기', '국회의장에게 편지쓰기' 등의 캠페인도 진행한다. 현재 개발자는 시스·달리·베리·줄라이 4명이다.

[학생기자 후기]
김소연(서울 월곡중 1) "막연히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취재로 힌트를 얻은 느낌이에요. 나중에 꼭 함께 일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회사였어요."

양재호(성남 보평초 5) "취재를 통해 개발자의 업무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들 의견까지 꼼꼼히 수용한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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