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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전홍식의 SF 속 진짜 과학

중앙일보

입력

10.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의수의 미래

일러스트=임수연

일러스트=임수연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때 슈퍼 히어로는 나타납니다. 하지만 악당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건물이 부서지거나 사람들이 다치기도 하죠. 세상을 구하려다 생긴 일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나, 피해 당사자의 입장은 또 다를 겁니다. 싸움에 말려들어 가족을 잃었다면, 악당만이 아니라 영웅들도 용서하기 힘들 수밖에 없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벤저스 대원들은 사악한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냈지만, 그 와중에 시민들의 희생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어벤저스의 행동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만든 무기 때문에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것을 본 아이언맨은 이에 찬성하지만, 어벤저스의 대장인 ‘캡틴 아메리카’는 반대하며 서로 다투게 되죠.

시빌 워와 의수의 미래

둘의 싸움에는 캡틴의 오랜 친구인 버키가 관련돼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우였던 그는 적에게 사로잡혀 세뇌당해 '윈터솔저'란 이름의 암살자로 활동하며 캡틴을 위협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그의 실력은 예상 밖이어서 캡틴도 고전했죠.

초인적인 힘을 가진 캡틴 아메리카가 윈터솔저에게 고전한 것은 그의 몸이 매우 특수해서입니다. 버키의 왼팔은 특별한 금속으로 된 의수입니다. 총알을 튕겨낼 만큼 튼튼하고 강한 힘을 냅니다. 물론 한쪽 팔만 의수로 바꾼다고 강해질 수는 없죠. 몸의 다른 부분에 부담이 가니까요. 하지만 윈터솔저는 캡틴처럼 특수한 혈청으로 몸을 강화했기 때문에 의수의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슈퍼 의수인 셈이죠.

그렇다면 현실 세계의 의수, 그리고 의족 같은 의체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요? 의체는 사람의 몸에 맞춰 만들어야 하는 만큼 가격이 비싸지만, 최근에는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집에서도 만들어 쓸 수 있죠. 자원 봉사로 의체를 만드는 사람도 늘면서 전에 비해서 싸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성능도 좋아졌습니다. 나무나 쇠로 만들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다양한 신소재를 이용해 마치 스프링을 단 것처럼 더 빠르고 날렵하게 달릴 수 있도록 해주는 의족도 존재하죠. 게다가 요즘 의수는 신발끈을 묶을 수 있을 만큼 정밀하게 움직입니다. 옛날 의수는 남아있는 근육이나 힘줄에 연결해서 작동시켰기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근래엔 사람의 근육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미약한 전기 신호를 확인하고 인공지능으로 해석해서 움직이는 의수(근전의수)가 등장하면서 더욱 정확하고 부드러워졌죠.

하지만 근전의수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근육의 전기 신호라는 것은 정확한 것이 아니라서 표현할 수 있는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데다, 버키처럼 팔이 통째로 날아가서 근육이 거의 없는 사람은 쓸 수 없죠. 가장 큰 문제는 의수에 감각이 없다는 겁니다. 의수로 뭔가를 잡아도 잡은 느낌이 들지 않죠. 힘 조절을 잘못해서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우리 몸의 신경에서 직접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죠. 우리는 신경에서 전달되는 신호를 통해서 몸을 움직이고 무언가를 느끼게 됩니다. 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가 신경을 타고 두뇌에 전달되면서 차갑다거나 부드럽다는 감각이 전해지며 반대로 신경을 타고 내려간 전기 신호가 근육을 움직이게 하죠.

이 원리를 이용해 생체 공학 의수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몸의 신경에 전극을 연결하여 신호를 주고받는 의수죠.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뭔가를 잡았을 때 '잡았다'라는 감각도 되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외국에서 실험에 성공했으며, 한국에서도 카이스트를 비롯한 여러 곳의 과학자들이 연구 중이죠.
아직은 장비가 너무 크고 불편해서 실용화되지 못했고, 신경에 직접 전극을 연결하려면 수술을 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윈터솔저나 600만불의 사나이를 직접 만날 날이 찾아오겠죠. 의수나 의족을 달고 사람들을 돕는 슈퍼 히어로 말입니다.

이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신경을 통하지 않고 뇌파를 이용해서 의수를 작동시키는 기술이 실용화되면 어떨까요? ‘시빌워’에서 하늘을 날다가 추락하여 반신불수가 된 아이언맨의 친구, 로디(워머신)도 자유롭게 걸으며 악당과 싸울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원숭이 뇌에 전극을 연결해서 로봇 팔을 작동시키는 실험이 성공했으며, 뇌파를 통해 작동하는 의수, 의족이 연구 중에 있으니까요.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는 사람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생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홍식 SF&판타지 도서관장

전홍식 SF&판타지 도서관장

글=전홍식 SF&판타지 도서관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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