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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조달 계획 있어야 진짜 공약 … 수입지출 적힌 ‘공약 가계부’ 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재원조달 계획이 제시돼야 진짜 공약이다.”

전문가들 “이행 가늠할 자료 필요” #공약별 비용에 맞춰 증세 논의해야 #실현 가능성 따질 검증기구 도입을

전문가들은 현재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公約)이 사실상 ‘공약(空約)’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 수준을 높이려면 나랏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정 소요 추계 및 조달 방안은 공약 이행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핵심 사항이다.

현재까지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에는 이런 재원 관련 내용이 두루뭉술하게 담겨 있거나 아예 빠져 있다. 김갑순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번 선거 기간이 과거보다 짧지만 그렇다고 공약에 들어가는 재정 소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후보가 없다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재정 조달 방안이 없는 공약은 검증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원조달 방안이 제시돼야 정책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정책의 개선도 이뤄진다”며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대략적인 방향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후보들이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 방안을 내놓지도 않으면서 무분별하게 증세 방안을 내놓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대선 후보들은 법인세 명목세율 혹은 실효세율 인상, 소득세 및 상속·증여세율 인상 등을 내세우고 있다. 김갑순 교수는 “‘어떤 공약에 얼마가 드니 법인세를 조정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라는 식의 증세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 후보들은 무작정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제라도 후보들은 재원 조달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공약가계부는 참조할 만하다. 공약 이행을 위한 중기적 재정 운용 방안을 내놓은 취지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권 후반기 들어 공약가계부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만큼 취지는 살리되 부족한 면은 보완해야 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결과적으로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공약가계부는 공약 실현을 위한 재정 운용의 청사진을 국민에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3의 검증기구 구성 필요성도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재정 조달 방안을 내놓더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점을 제외하고 주먹구구식 장밋빛 전망만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선 후보의 재정 계획을 조달할 수 있는 독립적인 검증 기구를 통해 공약뿐 아니라 집권 이후 당선인의 공약 이행 여부를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이승호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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