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 때문에 … 박 전 대통령 수감 첫 이틀간 사무실서 취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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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당일부터 이틀간 감방이 아닌 교도관 사무실에 머문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감안하더라도 수용자 관련 법규를 위반한 ‘불법성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법무부와 서울구치소는 14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경비 차원에서 독방을 정비하기 위한 임시 수용이었다. 특혜나 배려 차원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특혜 논란 일자 법무부·구치소 해명 #“독방 개조 안 끝나 임시로 수용 #도배는 2013년 이후 안 해 새로 한 것 #박 전 대통령 먼저 요청한 것 아니다”

현행 수용자 처우 관련 법률(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대한 법률)에 따르면 수용자는 어떤 경우에도 감방에 수감돼야 한다. 독거수용의 경우 ▶독거실이 부족하거나 ▶수용자의 생명·신체 보호와 정서적 안정을 위해 필요한 때 ▶수형자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 복귀를 위해 필요한 때에는 다른 수용자들과 한 방에 혼거수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별도의 사무실 등을 임시수용 장소로 예시하고 있지는 않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돼 당일 오전 4시45분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법무부와 구치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신분 확인과 신체검사 등 수감 절차를 마친 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인 번호가 새겨진 수의로 갈아입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범죄 혐의자 식별용 얼굴 사진을 찍고 자신의 수용시설로 이동했다. 서울구치소 측은 박 전 대통령에게 복도 끝에 위치한 3.2평(10.57㎡) 규모의 독방을 배정한 상태였다. 5, 6명이 사용하는 혼거실을 박 전 대통령 전용 독방으로 개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개조 작업이 박 전 대통령 수감 전까지 완료되지 못했다고 한다. 구치소 측은 수감 당일부터 이틀간 독방 전체를 다시 도배하고 거실 구조를 조정했다. 다른 수용자와 마주치지 않게 복도에는 차단벽을 설치했다.

법무부는 “박 전 대통령이 도배 작업을 요청한 것은 아니었다. 2013년 이후 도배를 새로 한 적이 없어 서울구치소 측 자체 판단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독방이 더러워 들어갈 수 없다며 입실을 거부하며 도배 작업을 요구했다”는 CBS 노컷뉴스의 이날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언론은 박 전 대통령 측에서 독방을 다시 도배를 해달라고 요구했고, 구치소 측은 긴급하게 박 전 대통령의 독방에 도배를 다시 해주고 시설까지 정비했다고 전했다.

서울구치소 측은 “다른 독방에 임시 수감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수용자들의 시선이나 욕설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부득이 교도관 사무실에 머물게 했다”고 해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머물렀던 사무실은 평소 수용자를 상담하거나 낮 동안 검사의 조사를 받는 장소로 활용된다. 수용자가 난동을 부릴 경우 잠시 대기시키기도 하는 곳이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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